대표적인 과잉설비업종으로 외환위기직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까지 추진됐던 석유화학 업계에 다시 증설붐이 일고있어 논란이 되고있다.

11일 산업자원부와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계열인 호남석유화학은 노후화된 나프타 분해 설비(NCC)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생산능력을 46만t에서 69만t으로 23만t(50%)을 늘리기로 했다.

23만t은 국내 NCC 규모 5백10만t의 4.5%에 해당한다.

현재 이 회사는 1백억원의 자금을 투입,설비 교체에 착수했다.

산자부는 한화석유화학과 대림산업이 지난해 나프타분해공장을 통합해 출범시킨 여천NCC도 곧 설비 교체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천NCC의 설비가 호남석유화학 것보다 노후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교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천NCC는 당초 노후설비를 먼저 교체해 호남석유화학에 생산 증가분을 공급하겠다고 제안했으나 호남석유화학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월 빅딜이 결렬된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의 경우 9월말을 목표로 독자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설비 감축보다는 외자유치를 통한 부채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설비감축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98년 하반기와 달리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석유화학 분야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며 "현재로선 호남석유화학 설비 교체를 과잉투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유화학 업계에선 "당장 중국의 폴리에틸렌 금수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업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이처럼 세계시장의 수급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수 있기 때문에 경쟁적인 설비 증설은 바람직하지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