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지표금리가 연일 연중 최저치 행진을 거듭했다.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현대사태가 고비를 넘기면서 7일 현재 9.75%로 떨어졌다.

지난달 총통화(M2) 증가율은 33.6%로 1년여만에 30%선을 넘어서 시중 유동성도 풍부한 편이다.

금리가 떨어지고 금융지표가 안정되면 기업이나 개인이 돈 꾸는데 걱정이 없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다.

대다수 기업들이 체감하는 돈가뭄은 심각한 수준이다.

자금시장에 불안감이 깔리면서 우량기업과 비우량 기업간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금리가 벌어지는 등 극심한 자금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새한그룹 워크아웃 신청과 현대쇼크,한국종금 자금난 등으로 시장의 분위기가 불안해진데 따른 결과다.

지난달 회사채 순발행(발행-상환)액은 마이너스 7천억원을 기록,올들어 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기업들이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보다는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상환하는데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올들어 4월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던 CP 발행규모도 지난달에는 1조7천5백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장단기 자금조달 파이프가 얼어붙자 기업들은 은행창구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은행 대출규모는 7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차입주체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이 1조3천억원,중소기업 대출이 2조2천억원 각각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규모도 3조6천억원으로 올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돈맥경화 현상은 채권시장의 큰손인 투신사와 은행신탁이 수신고 급감으로 매수여력을 잃은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투신사 수신은 지난달에도 8조2천억원 줄었다.

은행신탁에서도 같은 기간중 5조5천억원의 뭉칫돈이 빠져 나갔다.

일부 종금사의 자금악화설로 종금사의 수신 감소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은행예금엔 지난달에도 3조6천억원이 몰렸지만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둔 은행들은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기업대출에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주 경제장관 회의를 열고 은행 합병의 원칙을 제시,2차 은행 구조조정을 조속히 추진하고 은행 및 투신이 보유한 대우 담보 CP 4조원을 자산공사에서 인수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정부의 방안이 시장에서 약효를 발휘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다음주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