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이 정몽헌 현대회장에게 대북사업을 남겨준 것은 자신의 마지막 사업만큼은 아들(정몽헌)을 통해 이뤄보고 싶다는 소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북사업이야말로 정 회장을 다른 재벌기업가와 차별화하는 분야이고 굵직굵직한 제조업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들을 키워낸 그로서는 현대를 통해 대북사업을 마무리하고 싶어한다는 관측이다.

정 명예회장은 특히 올들어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할 만큼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현대는 이를 위해 남북경협 전담사인 현대아산이 독립적으로 사업을 수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으며 정몽헌 회장을 중심으로 외자유치 등 현안들을 챙겨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사실 남북경협사업 특유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감안할 때 현대의 대북사업을 대행할 수 있는 기업이나 기관은 별로 없다.

또 금강산개발사업의 기존 투자금액이 1억2천만달러에 달하고 오는 2005년까지 총 3억6천만달러가 투입될 예정이어서 현대 외엔 대안이 없다.

서해공단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평안남도 해주군에 공장부지를 물색해둔 현대는 북한측과 최종 부지선정을 놓고 협의를 계속 벌이고 있는 단계다.

아직 투입된 자금은 없지만 막대한 규모의 SOC를 구축하고 국내외 업체들을 입주시키려면 건설 전자 중공업 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현대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몽헌 회장 입장에선 대북현안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함으로써 "아버지의 숙원"을 푸는 것은 물론 남북정상회담이후 북한특수를 겨냥해 각 계열사들의 체질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가질 수 있다.

나아가 남북 상호간 공동이익을 도모함으로써 거시적 측면에서 "기업이익의 사회환원"과 "민족사업의 영위"라는 명분을 얻을 수있다는 지적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