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증권사에 비상이 걸렸다.

주식 거래기술의 발달로 중개업자(브로커)로서의 역할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수수료 인하를 미끼로 투자자들을 유인해 보고 있으나 한푼이 아까운 투자자들의 반응은 "글쎄요"다.

증권사를 위협하는 주식거래 신기술은 다름 아닌 ECN(전자거래네트워크).

ECN은 기존 증권거래소를 대신하는 일종의 "사설전자거래소" 역할을 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이 전자거래소에서 직접 주식을 사고 팔수 있다.

ECN이 본격 도입되면 증권사와 거래소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대형증권사에 유리한 시장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익의 대부분을 주식거래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형 온라인 증권사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지난 69년 ECN이 첫 설립된 이후 90년대들어 이를 통한 거래량이 늘기 시작, 작년 7월에는 나스닥시장 거래량의 20%에 달할 정도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집계에서도 뉴욕증시가 마감된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35분 사이의 거래량이 작년 4.4분기의 4천2백여만주에서 올들어선 평균 5천1백만주로 늘어났다.

장마감후 주식거래는 그동안 ECN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에만 허용돼 오다 지난해 8월 일반투자자를 위한 최초의 "마켓XT"가 출범하면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24시간 영업점이 생긴뒤 한밤쇼핑이 일반화된 것처럼 야간 심야거래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ECN 활성화의 최대 과제인 주식유동성 문제도 점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기존의 대형 증권사들은 물론 많은 회원을 가진 증권정보제공업체들도 ECN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미쓰이물산도 올 가을께 일본에 첫 ECN을 개설, 야간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감위가 올 하반기중 ECN 도입계획을 밝힌 바 있어 시기의 선택만 남겨 놓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온라인증권사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초단기 매매로 수익을 올리는 데이트레이더들이 문제다.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온라인 증권사 1천2백50만여계좌중 0.7%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하루 온라인 거래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온라인 증권사의 영업을 좌지우지하는 고객이다.

지금은 ECN이 주로 증권거래소가 마감된이후 거래를 하고 있지만 유동성이 확보돼 하루 24시간 운영체제로 바뀐다면 수수료에 민감한 데이트레이더들의 온라인 증권사 "대거이탈"은 불은 보듯 뻔하다.

최근 미국 6위 온라인 증권사 아메리트레이드가 "제로 수수료"를 선언한 것도 "대거이탈"을 미리 방지키 위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자구책이다.

앞으로 이에 동참하는 온라인 증권사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형온라인 증권사 중심으로 직접 ECN을 개설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미 대형 온라인증권사인 찰스 슈왑이 지난 2월 사이코프사로부터 "사이버익스체인지"와 "사이버트레이드"를 사들여 직접거래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정도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ECN 개설등을 위해 합병과 제휴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ECN의 등장은 세계증권시장 통합을 더욱 가속화시켜 증권사의 영업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세계 증권거래소는 통합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 증시의 장기활황에 힘입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온라인 증권사들.

그들이 주식거래기술의 발달로 초래된 이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

신동열 기자 shin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