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경기가 썰렁하다.

설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부 유명 백화점을 제외하곤 재래시장과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은 평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설 대목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알뜰 쇼핑객들로 붐비던 인기 할인점도 매출부진을 면치 못해 하나로클럽
창동점은 지난 주말 매출이 12억원 선으로 작년 설 때보다 10% 가량 감소
했다.

시장관계자들은 대목 경기 실종과 관련, 설날 연휴가 휴일과 겹쳐 예년
보다 1~2일 짧아진데다 최근의 잇단 눈과 한파가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또 백화점들이 잦은 세일로 선물 수요를 사전에 잠식하는 등 사실상 연중
무휴 판촉행사를 벌인 것도 대목분위기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현대 등 일부 대형백화점의 선물특판매출은 지난해 설보다 약 20%
늘어났지만 삼성플라자, 경방필 등 수도권의 대다수 백화점들은 증가율이
5% 안팎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목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현상과 맞물려 선물시장
도 고가와 중저가 상품으로 양극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명 백화점의 경우 상품권 갈비 굴비세트 등이 잘 팔린 반면 재래시장
할인점 등에서는 예년보다 값이 내린 과일 등 청과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 상품권은 선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면서 롯데의 경우 특판행사가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하루 평균 50억원어치가 팔려 작년 설보다 90% 가량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또 현대는 30억원 정도로 50% 가까이 늘어났다.

개당 10만원 이상 하는 한우갈비및 정육, 굴비세트 등도 꾸준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플라자에서는 금년에 첫 선을 보인 독도산 심새우세트(40마리 12만원)
가 최고 인기품목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명절 때마다 인기가 높았던 3만~7만원대의 한과 참기름세트
식용유 차류 등 실속형 중가대 선물은 매기가 시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점에서는 2만~3만원대의 과일세트 등 중저가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로클럽 양재점은 29일 과일선물 세트로만 지난해 설대목 때보다 50%
이상 늘어난 1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정육혼합세트 등 개당 10만원이 넘는 고가 선물세트는 30%이상 판매량
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래시장은 설 경기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썰렁한 상태다.

예년에는 제수용품이나 먹거리 등이 근근이 팔렸지만 대형 할인점이
늘어나면서 이마저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동대문시장의 이원길 해양엘리시움 과장은 "지방상인을 태우고 오는 버스
수가 매일 70대선으로 평소 수준이어서 대목을 못느낀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인 김윤희씨는 "4,5년전에는 명절전 1주일간 매출이
2배 이상 뛰었으나 요즘은 달라지는게 없다"고 말했다.

< 최인한.최철규 기자 janu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