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제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한은이 상반기중 도입하겠다고 24일 발표한 기업구매자금 대출제도가 활성화
되면 어음결제는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어음 때문에 생긴 연쇄부도나 중소기업의 금융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구매자금 대출을 당사자인 대기업들이 외면할 경우 어음제도
개선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기왕에도 어음제도 개선책은 많았다.

그러나 어음결제는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구매기업들에 대한 세제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야만 구매자금대출
제도가 뿌리를 내릴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기업구매자금대출 왜 도입하나 =기존 어음거래의 경우 납품하는 중소기업
들은 대금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힘에 눌려 어음을
받아야만 했다.

그것도 최근에는 어음의 만기가 더 길어지고 있다.

납품업체의 자금부담과 금융비용부담이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중소기협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 어음대금 회수기일은 1백37일에
달한다.

넉달이 넘는다.

납품 중소기업들은 어음을 현금화하기 위해 은행, 심지어는 사채업자 등을
찾아다녀야 했다.

어음을 할인받는데는 선이자(연 6.9% 수준)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선 담보도 내야 한다.

또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어음을 받은 후 배서.양도를 통해
어음을 돌리기 다반사다.

따라서 해당어음이 부도나면 어음에 배서한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위기에
처하는 현상도 생겨났다.

새로운 제도는 이같은 어음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쉽게 말해 구매기업과 납품업체의 역학관계를 바꾸고 결제관행을 정상화
하자는 취지다.

새로운 제도하에서 구매기업은 물품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는 대신 거래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융자받아 납품업체에 현금을 줘야 한다.

납품업체는 물품대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게 된다.

<> 활성화될 수 있을까 =구매기업인 대기업 입장에선 껄끄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어음거래를 할 땐 납품업체가 금융비용을 부담했으나 기업구매자금 대출
제도가 도입되면 구매기업이 이를 안아야 한다.

대기업이 이를 좋아할리 만무하다.

대기업들은 납품가격 조정을 통해 이를 보전할 것으로 보인다.

구매기업들은 특히 세원노출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음을 통해 무자원거래를 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새로운 제도를 활용하게 되면 세원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동일인여신한도가 문제될 수도 있다.

기왕의 대출에 덧붙여 새로운 대출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대한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구매기업에 세제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동일인한도에 예외를
두는 방안 등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또 총액한도대출을 지원할 때 기업구매자금 취급실적도 반영할 예정
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은행들이 대기업계열에 구매자금을 대출해 줘도 총액한도를 배정할
방침이다.

다만 30대 계열은 제외된다.

그러나 제도적인 여건이 갖춰지더라도 어음거래가 없어지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은행연합회 윤용기 상무는 "대기업과 1차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선 실효를
거둘수 있어 보이지만 2,3차 업체들도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