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채권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거래는 별로 없지만 한자릿수로 꽁꽁 묶여 있던 채권금리가 실세화
되면서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도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이에따라 작년 7월 대우사태로 궤도에서 이탈했던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자들
의 관심도 서서히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 장기채권에 대한 매수세 회복조짐 =작년말 연 9.95%로 마감됐던 3년만기
회사채금리는 지난 13일(10.42%)까지 연일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오름세는 14일부터 주춤해졌다.

17일에는 장기금리가 소폭의 내림세로 돌아섰다.

신임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이 한자릿수 장기금리에 관해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게 분위기 반전의 주된 이유다.

그러나 시장 내부적으로도 자발적인 매수세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게
참여자들의 설명이다.

LG투신운용 최원녕 과장은 "시장이 질적으로 변화되려는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지표금리 왜곡현상이 완화되면서 자금사정이 좋은
금융회사들은 장기채에 대한 매수를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6천억원 규모로 실시된 3년만기 국채입찰에선 응찰금액이
2조2천7백50억원에 이르렀다.

작년 12월6일의 입찰(3천5백억원)에 5천3백50억원이 응찰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응찰규모가 많아지자 정부는 낙찰규모를 7천8백억원으로 늘렸다.

낙찰금리도 9.58%로 시장실세금리인 9.7% 수준보다 낮았다.

외국인들도 통화안정증권과 국채 등을 중심으로 채권매수를 늘리고 있다.

JP모건 ING 등 외국 금융회사들은 올해들어 모두 1천2백억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채권시장안정기금의 개입이 사라지지 않는게 시장에는 오히려 부담
이다.

채안기금은 이날 2백억원어치의 국채를 사들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동철 박사는 "정부가 가만히 놔둬도 회사채금리는
11%를 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참가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금리수준이
형성되면 채권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시장활성화를 위한 정부대책 =시장참여자들은 정부가 시장기능을
살리는데 주력해야 채권시장이 확실히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이용근 신임 금감위원장은 개각 직후 "회사채의 정상적인 유통을 통한 금리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채권시장 활성화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정부는 올해를 "채권시장 구조를 선진화하는 해"로 선언한 바
있다.

이를위해 정부는 우선 기관투자가들간의 거래를 중개시켜 주는 채권딜러간
중개회사(IDB) 설립을 올 상반기내에 허용할 방침이다.

IDB는 채권매수.매입 주문정보를 모아 투자자들에게 알려줌으로써 거래를
수월하게 해주고 탐색비용도 절감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자금중개(주)가 이미 금감원에 설립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고 영국의
중개회사인 프리본야마니, 툴렛앤드도쿄 등 2개사는 국내 금융기관과의
합작진출을 추진중이다.

국채 추가발행제도도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야심작중 하나다.

이는 일정기간에 발행하는 모든 국채의 만기일과 표면금리를 동일하게
하는 제도다.

국채를 발행할 때마다 만기일과 표면금리가 달라져 동일종목의 국채발행물량
이 많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세금과 관련된 기술적인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올해는 기필코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것이 재경부 국고국장의 다짐이다.

이밖에 정부는 채권싯가평가제 정착을 위해 채권평가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채권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증권사 설립허용도 고려중이다.

< 김병일.이성태 기자 kb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