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자민련 총재가 7일 김대중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차기 총리직을
공식 수락함에 따라 오는 14일께 출범할 경제팀의 컬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차기 총리인 박 총재와 개각을 협의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로 미뤄 볼때 포철회장을 역임하고 현 정부의 ''빅딜'' 등 구조조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박태준의 색깔"이 신임 경제장관들의 인선에서 보여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개혁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양적 개혁에서 질적 개혁으로는 변할지언정 기존 경제정책의 전면 수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와관련, 이기호 경제수석도 "재경부 주관하에 금융과 기업에 대한 제
2단계 개혁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총선에 출마할 장관들이 알려진 것보다 적을
수도 있다"고 말해 총선 출마자 위주의 개각보다는 경제부처 장관들의 자리
이동에 중점이 두어지는 개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 상반기중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조직 개편에 맞춰 경제부총리
등을 임명할때 경제팀을 바꾼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현재 강봉균 재경, 진념 기획예산처, 정상천 해양수산, 이상용 노동장관과
정해주 국무조정실장 등의 교체설이 나돌고 있다.

강봉균 장관은 "아직 정식 총선출마 제의를 받은 적이 없으나 장관은 할
만큼 한 것 아니냐"고 말해 언제라도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념 장관은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총선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
"정치에 나가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여당쪽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의반 타의반으로 개각대상에 오른 장관들은 신당에 공천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대통령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 대통령이 이번 개각을 총선관리용으로 할 것인지, 경제부처 면모일신에
무게를 둘 것인지, 또는 총선출마자의 공백을 메우는데 그칠 것인지에 따라
폭도, 대상도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각이 당초 알려진 것처럼 순수하게 선거출마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개각은 아닐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오히려 박태준 총재의 총리 취임을 계기로 경제부처에 대한 개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 경우 개각의 폭은 중폭으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