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과욕이 화 부른다 ]

최근에 원화 가치가 급등하는 것은 외환시장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여기에는 정책요인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외환시장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원화 절상기조가 대세인 만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문제는 지금처럼 과다하게 들어오는 외자를 감당할 정도로 시장이 조성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오히려 국제투기자금의 활동이 재개되고 있고 국내에서 주가차익이 기대
되는 상황에서는 투기세력에 개입하면서 악순환만 거듭될 소지가 높다.

정부는 포지션을 분명히 밝히고 전문브로커 제도 등을 도입해 시장규모를
늘려 활성화해야 한다.

정책의 목표와 운용도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가 7백억달러에 이를 만큼 외환유동성 문제가
어느 정도 끝난 상태이다.

아직도 흰고양이 검은 고양이 가릴 필요 없이 쥐만 잡으면 된다는 식의
외자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기회에 공기업 매각을 포함한 외자정책은 우리 입장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정책의 유연성과 금융시장도 본래의 기능을 찾아야 한다.

현재 주식시장은 차별화 현상이 심하고 은행을 포함한 모든 자금들이 벤처
기업에 몰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소외당한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이 연말에 부채비율 2백%를
맞추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강한 것은 좋으나 시장여건을 감안해서 추진돼야
한다.

정부도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지금은 한가지 정책수단으로 여러 가지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과도기
가 아니다.

현재 우리 경제는 경기과열이 우려되고 인플레 압력도 누적돼 있다.

이 상황에서 저금리 저물가 고성장을 동시에 가져 간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능력으로 봐서는 과욕이다.

이제는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가 많으면 목표에 맞게 가장 적합한 정책수단
을 가져 가야 한다.

혹시 저물가, 저금리 유지를 위해 국민들이 민간하지 못한 환율쪽으로
희생을 강요한다면 나중에 반드시 그만한 비용을 치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사후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금년 4월 외환자유화 추진당시 약속했던 조기경보체제라든가 외환시장
하부기능을 확충하는 문제는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최근처럼 외자가 봇물처럼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외환시장의 인프라를
갖추는 문제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인 과제이긴 하겠지만 외부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도 안되는 외환거래 규모를 최소한 멕시코 수준
인 3~5%까지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언어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첨단정보기술처리
가 가능한 국제선진 브로커들이 조기에 도입돼야 외환시장이 효율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래야 최근처럼 조그마한 외부충격에도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