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와 엔화가치가 연일 급변하고 있다.

기업들은 연말 결산을 앞둔 상황이어서 원화가치와 엔화가치 추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크다.

일부 기업들은 환리스크 관리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전문가들을 통해 원화절상 배경과 향후 전망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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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 변동이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달러화 유입이 지속돼 원화가치가 빠르게 절상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당국의
환율정책 골격마저 수정된게 아니냐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치는 25일 1천1백50원대에서 주로 움직였다.

지난달 달러당 1천2백원과 비교하면 한달도 채 안돼 40원가량 절상된
것이다.

요즘 외환시장은 수급 불균형이 어느때보다 심하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연일 5천만~1억달러 가량 밀려들고 있고 두루넷
(1억9천만달러) 새한도레이(2억달러) 등 직접투자자금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경상수지도 견조하게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최대 매수세력이었던 외환당국의 매수강도는 최근들어
현격히 약화됐다.

외환딜러들은 "정부가 금리를 잡는 대신 원화가치 방어는 포기한게 아니냐"
고 말하기까지 한다.

체이스맨해턴 은행의 이성희 지배인은 "외환당국은 요즘 속도조절하는 정도
에만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추세라면 원화가치가 연내에 1천1백4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
했다.

신한은행 국제부 배진수 과장은 "정부가 IMF와의 정책협의에서 시장개입을
스무딩오퍼레이션(환율급변을 막는 조치)에 한한다고 합의한 것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정책적 매수세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금리문제로 인해 외평채 발행마저 여의치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절상기대 심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양두용 국제금융팀장은 "실질실효 환율을 따져본 결과
9백50원 정도가 적정한 것으로 나왔다"며 "지금 환율을 유지하는 것은 무리"
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이같은 시각에 대해 외환당국은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똑같은 양으로 원화절상을 막는다 하더라도 외국인들의
달러화 매도가 강한 상황에선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시장의 힘과 등지면서 원화가치를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
며 절상용인론을 긍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몸을 구부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게 외환당국의
입장이다.

딜러들중에서도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산업은행 문성진 딜러는 "12월 외채상환 및 연말 결제수요를 감안하면
1천1백80~1천1백90원까지 절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이치은행 황희정 지배인도 "12월에는 수급이 균형상태를 나타낼 것 같다"
며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수요와 Y2K(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오류) 문제
등이 변수"라고 지적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