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LG 삼성에 이어 현대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검사에 돌입했다.

앞으로 10월 SK,11월 대우 등 다른 5대그룹에 대해서도 특검을 벌일
방침이다.

이번 검사는 종전과 달리 "연계검사"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융계열사들을 동시에 뒤진다.

은행 증권 보험분야로 갈라졌던 감독기능을 합친 "통합 금감원"의 위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하반기에 계획돼 있는 5대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종합 및 부문
검사를 10월까지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이번 검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동안 5대그룹 금융사를 한묶음으로 보고 이번처럼 대규모 검사를 한
적이 없는데다 한번 칼을 뽑은 이상 "소득"을 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검사는 공교롭게도 정부가 재벌정책과 관련해 고강도 압박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어서 5대그룹쪽에서 검사수위와 검사결과
에 대한 조치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 왜 칼 뺐나 =정부는 5대그룹의 제2금융권 지배력이 갈수록 심화돼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대우사태 직전 대우측이 법과 규정을 무시하고 증권 투신에서 돈을
뽑아쓴 것을 확인한 정부로서는 제2금융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제2금융권에 대한 5대그룹의 시장점유율은 증권 신용카드업의 경우 이미
50%를 넘었고 보험업도 50%에 육박하고 있다.

투신업의 경우 5월말 현재 77조3천억원으로 전체 투신수탁액
(2백48조9천억원)의 31%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전인 지난 97년에는 5%선에 불과했다.

5대그룹이 제2금융권에 몰리는 자금을 비정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몰리는 자금을 계열사에 직접 지원하거나 다른 그룹과 짜고 교차 지원하는
등 자금줄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5대그룹의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하다는게 정부측 판단이다.

매각하거나 외자를 유치하기보다는 "헐값에 자산을 넘길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 무엇을 검사하나 =현대에 앞서 검사를 받은 LG 삼성측은 매년 검사와
조사를 받아보지만 이번처럼 엄격하고 꼼꼼히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전산전문가가 투입되는 등 검사기법에서도 변화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부에선 달라진 검사방법에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현대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특검은 당초 13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1일 주말을 기해 기습적으로 착수됐다.

현대 특검은 현대투신운용과 현대증권에 집중될 전망이다.

현대투신운용은 10조원을 돌파한 바이코리아펀드 등 총 33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금융계열사의 돈이 다른 계열사에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탈.불법행위는
없었는지가 중점 검사 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검사의 파장 =금감원은 검사과정에서 탈.불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원칙
대로 제재했다.

그동안의 관행이기도 하다.

5대그룹 금융계열사 임직원이 무더기로 제재를 받고 검찰의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 특검결과는 5대그룹의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제2금융권 자금줄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경우 5대그룹은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거나 정부가 요구하는 "덩치줄이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