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오후 2시반 서울 반포 기획예산위 청사.

산업자원부 간부들이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에게 통상 및 외자유치기능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작년 정부조직개편 때 통상기능이 외교통상부로 떨어져나가면서
통상산업부에서 산업자원부로 명칭까지 슬림화됐습니다만..."

그런지 불과 일년만에 산자부에 일부 남아있는 통상진흥기능마저 외교부로
몰아줘야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자 신경과민상태다.

산자부는 2차 정부조직개편에 대비한 내부대책반까지 가동중이다.

IMF관리체제에 접어들기전엔 통상이나 외국인투자유치 업무는 거의
"계륵"처럼 취급당했다.

생색도 안나는데 복잡하기만 한 일을 공무원들이 달가와할 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수출과 외국인투자유치가 "경제회생의 투톱"이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나섰다.

이쯤되자 관련부처들은 과거엔 서로 안하려던 일을 요즈음은 서로
더 차지하려고 혈안이 돼있다.

당장 조직확대도 욕심나지만 한국경제의 기조가 개방형으로 바뀌는
상황이서 이 분야의 비중이나 소속 공무원의 파워는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재경부 외교부 산자부 가운데 어느 쪽이든 "통상과 외국인투자유치
기능"을 독식할 경우 그 부처는 글로벌시대 슈퍼파워로 각광받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현재 관련업무는 이들 3개 부처에 분산돼있으니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일욕심(?)을 너무 내는 바람에 정책수립과 집행에 혼선이 빚어지고 경쟁이
지나쳐 서로 견제하는 꼴불견도 연출된다.

작년 대통령 방미 때 투자유치 설명회등을 둘러싸고 외교부와 산자부간에
벌어졌던 생색경쟁과 물밑 신경전은 단적인 사례에 지나지않는다.

재경부와 외교부 일부 관계자들은 기초 자료협조도 잘 안된다고 서로
힐난한다.

지난 1년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통상과 외국인투자유치 조직을 손질해야
한다는데는 관련부처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어떻게"에 대해선 말그대로 "아전인수"격이다.

외교부는 지금의 통상교섭기능만으론 "죽도 밥도" 아니어서 통상진흥기능
까지 합쳐져야 통상정책을 제대로 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차제에 "대외경제부"와 같은 기능을 외교부에 추가하고 싶다는 얘기다.

재경부는 초지일관 나라 안팎의 경제 흐름을 동시에 볼 수 있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재경부가 외국인투자유치와 통상정책의 기조를 잡아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산자부는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

이번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산업기술분야와 외국인투자유치 기능을
독차지하고 마음같아선 통상도 진흥기능을 대폭 확충하고 싶어한다.

이렇게하면 과거 "상공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는 그림을 그리고있다.

이런 식으로 부처간에 시각차가 너무 커지자 그럴싸한 타협안도 나돌고
있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와 산자부의 국제산업협력 조직 등을 합쳐 미국의
USTR(미 무역대표부)와 같은 KTR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런
것이다.

작년 1차 개편 때도 이 안이 제시됐지만 외교부는 시큰둥한 반응이고
의외로 산자부 등 과천 경제부처들이 긍정적이다.

특히 산자부는 통상기능이 강화될 경우 외국인투자유치기능은 확실하게
"독식"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다.

지난 1년새 "대외경제업무를 장악하면 뜬다"는 인식이 워낙 팽배해있다.

관련부처들의 반발을 잠재우면서 근사한 작품이 만들어질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