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난 사람 = 고광철 금융팀장 ]]

"경기회복추세나 금융시장동향을 감안할때 상반기중 회사채 금리와 은행
대출금리는 현재보다 1~2%포인트 낮아져야 합니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우리 경제가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통화를 긴축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전 총재를 고광철 금융팀장이 만나봤다.

-최근 금리가 올라가지 않을까하는 전망이 있는데.

"경기동향을 봐가며 대출금리를 하향안정토록 하는게 중앙은행의 중요한
역할이다.

작년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은해대출금리가 낮아졌다.

하지만 중소기업대출금리는 연 12% 대정도다.

현재 하향안정화를 계속 추진해야 할지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경기
동향을 감안하면 조금더 낮춰야 한다고 본다.

금융기관 사람들은 많이 내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경영효율을 높이고 예대마진이외의 수익원을 찾아내면 금리를 충분히 낮출
수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가 올라가는게 아닌지.

"지금은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성장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 중공업과 내수산업이 살아나고 있다.

하반기에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율이 상반기 1~2%와 하반기 3~4%를 보여 연간 3.2%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회복했다고 보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백지에 잉크가 떨어져도 퍼지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느냐.

공장 가동과 매출이 늘어나면 원재료 생산도 늘어나고 종업원 급료도 올라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경기회복이 다른 분야로 확산될 때까지는 유동성부족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도하겠다"

-원화가치 전망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 얼마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업이나 국민들이 느끼기에 1천1백원대 후반에서 1천2백원대 초반
정도면 받아들일만한 수준 아닌가.

다만 엔화는 현재보다 조금 절상돼줬으면 좋겠다.

일본 엔화가 달러당 1백30원대로 가면 중국 위안화도 절하될 가능성이 있다.

중남미 금융시장의 불안도 염려스러우나 국제금융동향을 그렇게까지 비관적
으로 보지는 않는다"

-4월부터 외환자유화가 본격 실시되면 핫머니의 교란 가능성이 우려되는데
이에 대한 대비는.

"외환전산망을 가동하고 국제금융센터를 통해 감시(모니터링)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돈의 흐름을 막지는 않지만 흐르는 과정은 검색이 될 것이다.

긴급상황이 벌어지면 외화가변예치제도를 도입하거나 최악의 경우 3~4개월간
자금 유출을 동결하는 조치도 취할수 있다.

어떻게 처리할지는 재정경제부와 협의하겠다"

-한국은행의 전망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등 중앙은행의
위상이 과거보다 많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은행 구조조정에 관심이 쏠려 일시적으로 한은의 역할이 소외된듯 한데
점차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

사실 지난해초 금리가 올랐을때 1년이상 장기예금을 받지않는게 좋겠다고
은행들한테 얘기했는데 장기예금을 적게 받은 곳은 지금 남보다 앞장서서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한은의 역할은 그렇게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에 신호를 보내주는 것이다"

-외환은행 출자문제나 금리정책등으로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등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는데.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중앙은행과 정부간에 의견차이가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의견차이는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가운데 협의를 통해 조정해
나가는게 효과적이고 합리적이다.

한국은행이 외환은행에 우회출자할수 있도록 동의해준 이규성 재경부장관과
이헌재 금감위원장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중앙은행이 금융감독기능을 일정부분 가져야 한다는데 대한 총재의 견해는.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이 완료돼 금융시스템이 안정되면 경영건전성이
악화됐거나 악화될 우려가 있는 은행을 중심으로 공동검사를 요구할 생각
이다.

다만 금융기관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금융감독원과의 원만한 이해관계를
정립하기위해 노력하겠다"

-조직개혁안과 관련해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임직원들이 대부분 동의해줬다.

조직개혁방안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직원들의 업무수행능력이 대폭 향상
되고 전반적인 조직역량과 경영효율이 높아져 국민들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중앙은행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조직개혁안은 외부에 비싼 자문료를 물지 않고
직원들 스스로 만들어냈다"

-외부전문가 영입계획은.

"국제 정책기획 기획 조사부등에서 간부급을 아웃소싱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있는 분들을 포함해 가장 적합한 사람을 앉히도록 하겠다.

물론 전문직군화를 하면서 더이상의 인원감축은 없도록 하겠다.

직원들에게는 자기직군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을 중앙은행 직원들의 긍지로
삼자고 여러차례 얘기했다.

옛 은행감독원이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돼 한국은행에서 떨어져나감으로써
한국은행 간부들이 일반은행으로 나가는 길이 어려워졌다.

이제 중앙은행직원들은 자기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될수있도록 노력하고
이를 보람으로 삼아야 한다"

-북한 중앙은행과 교류를 추진하는가.

"북한 중앙은행인 조선중앙은행과 인적교류를 추진하도록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세계은행(IBRD)이 후원하고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관하는 북한 경제관료를
대상으로한 시장경제교육에 한국은행이 참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조사부와 워싱턴사무소에 지시했다"

-취임 1주년이 됐는데 간단한 소감은.

"외환위기로 국민경제가 침체되고 국민들의 소득이 감소하는 고통을 당해
그동안 중앙은행 총재로서 죄송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금융시장의 동요도 줄어들어 여러가지로 기쁘게
생각한다.

독립된 중앙은행의 위상을 높이기위해 역량을 모아나가겠다"

-금융통화위원들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위상도 불분명하다는 내부비판에
대해서는.

"금통위원이 상근으로 일하기는 지난해가 처음이어서 탐색기였다고 본다.

새로운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재정립하기위해 앞으로 노력할 것으로 생각
한다"

< 정태웅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