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벤처기업가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또 다시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
냈다.

재미교포인 김윤종(미국명 스티브 킴.50)씨가 설립, 운영하고 있는 세계적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자일랜(Xylan)이 20억달러(약2조4천6백억원)에 유럽
최대 통신회사인 프랑스 알카텔에 팔린다.

자일랜은 현재 시세에 50% 정도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37달러에 회사를
매각키로 알카텔과 최종 합의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따라 알카텔은 오는 8일부터 거래일 기준 20일동안 공개매수(텐더오퍼)
방식으로 약 90%의 자일랜 주식을 사들이게 된다.

알카텔의 공개매수가 끝나는 4월초까지 김윤종 사장은 자신의 보유지분
27%를 모두 매각, 약 6억달러(약7천3백80억원)를 벌게 된다.

이는 한국인이 세운 벤처기업 매각규모로는 가장 큰 것이다.

지난해 4월 재미교포인 김종훈씨는 자신이 설립한 ATM(초고속) 교환기
생산업체인 유리시스템즈를 루슨트테크놀러지에 10억달러에 넘기면서
5억달러를 벌었다.

재미교포 사회에서 성공한 기업인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김윤종 사장의
인생역정은 "벤처정신"의 연속이랄수 있다.

지난 4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68년 경복고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거쳐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미국으로 단신 유학길에 오른 것은 76년.

79년 캘리포니아주립대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팔로 리튼 버로스 등 통신시스템을 설계하는 방위산업체에 근무
했다.

5년간의 경험을 쌓은 그는 더 공부하겠다는 꿈을 버리고 창업에 눈을
돌렸다.

"컴퓨터사업은 미국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84년 동료 4명과 함께
자신의 집 차고에다 광역통신망(WAN) 장비업체인 "파이버먹스"를 세웠다.

설립 2개월만에 벤처캐피털(에인절)로부터 30만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고
첫해에 8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를 키우기에는 경영경험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그는 91년 파이버먹스를
ADC사에 매각했다.

회사를 팔면서 초기자본의 20배인 5천4백만달러를 번 그는 2년간 파이버먹스
의 전문경영인으로 일했다.

그동안 새로운 사업영역을 모색해온 김 사장이 다시 직원 6명의 자일랜을
차린 것은 93년.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끌어들여 자본금 1천만달러로 출발했다.

회사 설립후 처음 2년동안은 철저히 연구개발에만 매달렸다.

구역내통신망(LAN) 스위치 등의 아이템으로 영업에 나선 것은 95년의
일이다.

자일랜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급속히 시장점유율을 높여갔다.

영업시작 첫해인 95년 2천8백만달러였던 매출이 96년 1억3천만달러, 97년
2억1천만달러, 지난해 3억4천7백만달러로 커지면서 고성능 네트워크 교환
장비부문에서 세계 6위의 업체로 올라섰다.

96년4월 나스닥시장에 상장해 현재 주가는 26.5달러, 싯가총액은 15억달러
에 이른다.

이같은 초고속 성장으로 김 사장은 미국 언스터영으로부터 로스앤젤레스
(LA) 지역 "올해의 기업인상"을 받았다.

또 97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1백대 고속성장 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 사장의 평소 경영지론은 "고객들과의 교감과 피드백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제품개발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

그런 이념을 바탕으로 자일랜은 데이터통신이나 LAN 스위치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자일랜은 현재 미국 본사를 비롯한 유럽 한국 등에 지사를 두고 모두
1천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알카텔 IBM 썬마이크로시스템 삼성전자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옴니스위치"
란 이름의 LAN 스위치와 ATM 교환기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에 자일랜을 인수키로한 알카텔은 이미 약 5%의 자일랜 지분을 갖고
있다.

알카텔은 자일랜 인수를 통해 인터넷규약(IP)을 기반으로한 데이터네트워킹
장비시장에 적극 뛰어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회사를 넘긴후 자일랜의 전문경영인으로 계속 일할 예정이다.

< 손희식 기자 hssoh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