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중 하나는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키우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던 김광호 삼성전관 회장의 용퇴다.

그동안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던 김 회장은 이번만은 막지 말라며 사임했다.

건강 문제도 있지만 후배에 길을 터주기 위한 배려의 성격이 더 강하다.

김 회장은 삼성전자의 가전부문을 키워 냈던 강진구 삼성전기 회장과
더불어 "한국 전자산업의 대부"로 불린다.

오늘의 한국 반도체 산업을 있게한 주인공이다.

고 이병철 삼성회장이 김 회장을 반도체 사업에 투입하면서 "김군마저
실패하면 반도체는 끝내는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은 삼성 임직원들 사이에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김 회장은 일 욕심이 많기로 그룹내에서 따를 사람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78년 삼성전자 TV사업부 이사에서 반도체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3년만에
손목시계용 칩을 상용화해 반도체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또 "이코노 TV"의 컬러색신호용 IC(직접회로)를 개발한 것을 비롯 64KD램
에서 64MD램을 내놓을 때까지 반도체 연구팀과 생산현장을 지켰다.

89년부터 92년까지 삼성전자에 흡수합병된 삼성반도체통신 대표이사직을
맡았으며 93년부터 96년말까지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지냈다.

97년 한해동안 미주본사 대표이사로 일하다 올초부터 삼성전관 회장직을
맡아왔다.

2년전 위 수술을 받고 나서는 몸이 좋지 않아 수차례 용퇴의사를 밝혔으며
이번에 사의가 받아들여졌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