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 무역협회빌딩에서 산업자원부장관 초청 전자업계대표 간담회가
열렸다.

수출확대방안을 논의하기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윤종용 사장은
환율문제를 거론했다.

윤사장은 엔화의 달러환율이 1백40엔을 넘어서면 원화환율도 1천4백원대로
올라가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야만 우리상품이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매출규모도 크지만 외화부채도 많은 회사다.

이 회사의 지난해말 현재 외화부채는 45억달러(약6조5천억원)로 상장사중
최대규모이다.

환율이 올라가면, 다시말해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삼성전자는 달러부채를
상환하는데 엄청난 추가부담을 져야한다.

환율이 1백원만 올라가도 원화로 환산한 부채는 무려 4천5백억원이
늘어난다.

외화부채 상환부담이 이처럼 커지는데도 윤 사장이 원화가치를 하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 전자제품이 대부분 일본제품과 경쟁하고있어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의 하락속도에 맞춰 우리나라 원화가치도 함께
떨어져야 일본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일본 소니의 TV와 삼성전자의 TV가 미국시장에서 똑같이 대당
2백달러에 판매된다고 치자.

그런데 최근 두달여동안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45엔선으로 대략 10%정도
떨어졌다.

반면 원화가치는 1천2백40원대로 10%정도 올랐다.

따라서 같은 1백대를 판매하더라도 일본 소니는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10%정도 비싸게 팔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원화가치가 올라 달러를 10%정도 싸게 팔아야 한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일본 소니는 달러표시 TV가격을 내리게되고
삼성전자는 인건비를 줄이던지 품질을 높여야하는 부담을 안게된다.

물론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부품가격이 올라간다.

또 달러화부채 상환부담이 늘어나 재무구조를 그만큼 악화시키게된다.

그러나 달러부채는 당장 상환해야하는 것이 아니다.

또 수출증대로 늘어나는 달러부채를 상환해 나갈수있다.

회계상으로도 원화가치 하락에따른 외화부채환산손실(평가손실)은 부채상환
때까지 나누어 비용으로 계상할수있다.

요컨데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은 바로 늘어나지만 외화부채환산손실은
4~5년간 나누어 비용으로 처리하므로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덜한 것이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