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의 대공습"

월마트의 한국진출로 국내유통시장은 거대 외국자본들의 불꽃튀는 패권
싸움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싸움은 미.불전부터 일어날 모양이다.

지난 96년 진주한 세계 6위(97년말 현재)의 유통업체인 프랑스 까르푸,
지난 6월 한국시장진출을 확정지은 유럽 3대 할인점업체중 하나인 프랑스가
월마트와 한판 붙을게 뻔하다.

영국의 최대할인점인 테스코, 메이시백화점을 운영하는 미국 페더레이티드
등 물밑에서 한국상륙을 추진중인 업체도 싫든 좋든 싸움에 끼어들 전망이다.

이에따라 자금력과 영업력에서 모두 현저히 열세인 국내업체들의 운명은
"바람앞의 등불" 처지가 되고 있다.

국내 유통시장을 송두리째 외국자본에 내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불황한파가 몰고온 매출부진으로 국내유통업체들이 줄줄이
넘어지면서 외국기업들은 말 그대로 파죽지세로 한국상권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까지 점포를 14개로 늘릴 계획인 E마트 등 극소수의 일부업체를 제외
하면 국내업체들은 외국자본의 공세를 막아낼 힘이 없기 때문이다.

<> 외국기업 진출현황

외국기업들은 대부분 할인점시장에 진출해 있다.

까르푸는 지난해 일산점 등 4개의 점포에서 2천9백90여억원의 매출과
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국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한지 2년도 채 안돼 올린 실적이다.

까르푸는 오는 2001년까지 점포수를 20개로 늘릴 예정이다.

미국 코스코는 지난 5월 신세계백화점으로부터 프라이스클럽을 인수했다.

코스코는 2003년까지 점포수를 13개로 늘릴 방침.

한.네덜란드 합작법인인 마크로는 지난해 4개 점포에서 3천7백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매장을 월마트에 넘겨 국내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이외에도 프로모데스는 지난 6월 부산에서 점포건설에 착수했다.

프로모데스는 2000년까지 부산.영남권에 20개 점포를 건설할 방침이다.

페더레이티드는 백화점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 격전지된 할인점시장

현재 할인점시장에서는 E마트로 대표되는 국내업체와 까르푸를 앞세운
외국업체가 격전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의 E마트를 비롯 뉴코아의 킴스클럽, LG마트, 그랜드마트, 삼성의
홈플러스, 롯데의 마그넷 등이 대표적인 국내업체.

점포수에서 킴스클럽이 23개로 가장 많으나 부도를 내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

E마트 점포수가 13개, 까르푸가 4개로 뒤를 따르고 있다.

LG마트, 그랜드마트는 3개, 홈플러스와 마그넷은 1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내 할인점시장의 외형은 3조6천억원선.

오는 2000년까지 연평균 30%의 성장세를 유지, 8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월마트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할인점시장을 택한 것과 외국자본이 대부분
할인점업에 투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경쟁력 비교

할인점의 경쟁력은 저가상품 공급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시스템에서
나온다.

금융비용도 빼놓을수 없는 핵심요소다.

월마트의 진출이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이 세가지 분야에서
모두 세계 제1의 위치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3대의 인공위성까지 동원한 가공할만한 글로벌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24시간 가격동향과 기후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저렴한 상품을 정확히 찾아내 조달원가를 상상외로
낮추고 있다.

"글로벌소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맞서야 하는 국내업체들은 모든 면에서 걸음마 단계.

비교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다.

E마트정도만이 그나마 13개의 점포를 운영, 대량구매를 통한 가격인하가
어느정도 가능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글로벌소싱과는 거리가 멀다.

LG마트 등 3개이하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다른 국내업체들은 대량구매를
통한 규모의 경제도 추구하기 힘든 상태.

금융비용면에서는 상대가 안된다.

외국기업보다 10%이상 높은 연 15% 안팎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운운하는 것은 "그림의 떡" 같은 소리라는게 유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