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벌어졌는데 들고 나가 싸울 총이 없다"

국내 시스템통합(SI)업계가 "솔루션 기근"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IMF위기로 경영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나 이를 헤쳐나갈 무기가 없다.

독자 솔루션 개발을 등한시한채 남의 솔루션을 끌어다 시스템을 구축했던
그동안의 영업방식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현상은 IMF위기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각 SI업체는 공공 민간 등 전 분야에서 전산시스템 구축 수요가 크게
줄면서 새로운 일감이 끊기다시피 했다.

이에따라 국내 SI산업은 시장을 스스로 창출할 만한 능력이 없는
"허약체질"이었다는게 드러났다.

정보서비스 업체들이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제시했던 지난 80년대말
미국의 상황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SI업체들이 IMF위기에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근본 이유는 솔루션 부재에
있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SI업체들은 프로젝트가 발생하면 적절한 외국 솔루션을
물색, 이를 사다가 구축해주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연구개발(R&D)투자, 전문화는 뒷전이었다.

SI업체는 수익의 대부분을 고부가 솔루션이 아닌 인건비에 의존해왔다.

일은 국내업체가 하고 실익은 외국 솔루션업체가 챙긴 셈이다.

국내 SI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솔루션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찌감치 철강분야에 특화했던 포스데이타가 고작이다.

이 회사는 철강분야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유 철강SI 솔루션을
확보, 이집트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미국 등에 진출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SDS LG-EDS시스템 쌍용정보통신 등이 최근들어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투자 단계이다.

이에비해 한국IBM 한국HP 한국유니시스 등 외국 하드웨어(HW)업체들은
SI분야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솔루션을 무기로 컨설팅 구축서비스 사후관리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다.

외국계 IT업체 관계자는 "SI사업의 발주행태가 솔루션공급 업체에게
구축서비스도 함께 맡기는 경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국내 SI업체들이
솔루션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성장을 기대할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