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자금사정이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신용공황으로 회사채 발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은행대출 중단,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제2,3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조달
길도 막혔다.

금융기관은 차입금을 빨리 갚으라며 압력을 넣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4일 금융감독원 조재호 금융애로대책팀장과 30대
그룹 자금부서장을 초청해 가진 기업금융간담회에서 자금팀장들은 각사의
심각한 자금사정을 설명하고 특단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자금팀장들은 특히 회사채시장과 증시여건이 호전될 때까지 계열기업군
여신한도 및 동일인 여신한도제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자금팀장들이 밝힌 시중자금시장 실태.

<>계속되는 초고금리=단기금리가 20%를 넘고 있다.

회사의 수익성 유지가 불가능하다.

은행권 자금 중 일반성 자금의 금리는 17%대이지만 운영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할인어음 당좌차월은 25%대이다.

종금사의 기업어음(CP) 할인금리는 35%대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은 일방적으로 차입금 조기상환과 금리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출중단한 은행권=종금사 영업정지조치 이후 금융기관들은 신규대출을
거의 중단했다.

만기도래한 은행대출은 연장이 불가능하다.

상환을 못하면 고리의 연체료를 내야 한다.

어쩌다 만기 연장이 되도 새로운 담보나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발행 어려운 회사채=회사채 발행시 필요한 보증보험의 경우 IMF체제
이전에는 총 발행액의 0.3~0.4%가 수수료였다.

지금은 발행액의 1.5%로 인상됐다.

0.5%였던 지급보증은행의 수수료율도 2.0%로 급등했다.

이마저도 수수료를 일시불로 선납토록 돼 있어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다.

무보증회사채는 5대그룹 계열사의 경우도 발행하기 어렵다.

<>할인 안되는 CP=어음할인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기업들은 종금사와 이면보증을 통해 상당액의 CP를 발행했으나 폐쇄된
종금사가 이면보증한 CP는 가교종금사인 한아름종금으로 승계되지 않고 있다.

CP 인수기관들은 발행기업에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연되는 금융기관 구조조정=종금사 등이 잇따라 폐쇄됨으로써 기업들이
의지해온 제 2,3 금융권이 사라졌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이 기준도 없고 비공개적이어서
기업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어려워진 해외차입=국가신인도 하락과 이에 따른 기업들의 신용도 추락
으로 해외차입여건이 악화됐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외화조달 코스트가 상승했고 기존 차입금에 대해서도
상환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 권영설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