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 국민회의 부총재와 기자는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다.

박 부총재는 흔히 공무원을 하다가 중소기협중앙회장을 거쳐 국민회의
부총재로 승승장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고보면 그렇지 않다.

그는 안양에 금속공장을 차려놓고 목욕탕 수건걸이까지 생산한 일이 있다.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바로 이 무렵이었다.

그는 고성능 마이크를 자체기술로 개발, 미국에 수출하는데 온힘을 쏟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일을 하면서 중소기업자들은 서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중소기업 협동조합운동에 뛰어든다.

비철금속조합연합회회장을 하면서 양식기업계및 동파이프업계를 살려내느라
땀깨나 흘렸다.

이런 현장 경험 덕분에 중소기업협중앙회장이 됐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그를 국민회의 부총재로 뽑은 것은 틀림없이 그가
중소기업분야에서 충분한 현장경험과 리더십을 쌓았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 당선자도 한때는 중소기업자였다.

지난 51년 부산에서 중소해운사를 경영했다.

김 당선자는 금융조합연합회와 계약을 맺고 곡물 비료 농약등을 운송하는
사업을 했다.

그는 종업원들이 잘 따라주는 덕분에 단기간에 성공을 거뒀다.

종업원들로 부터 "사장님 우리는 가족과 다름없습니다.

우리를 버리지 말고 함께 가야합니다"란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이때 김 당선자는 경제란 살아있는 하나의 생물체 같은 것이라고 느끼게
됐다고 한다.

때문에 유기체의 손발끝과 같은 말초기관을 아프게하면 엉뚱한 곳인
입에서 "아얏"하고 소리가 난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요즘 유기체인 우리경제가 온통 고통을 당하고 있다.

아얏소리가 입에서 난다고 해서 입이 아픈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김당선자만큼은 아얏소리가 입에서 나지만 아픈곳은 손발이나 배속일
거란 사실을 잘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23조 3항을 보면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에 중소기업육성을 명시해놓은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왜 그럴까.

이는 한국이야말로 세계에서 중소기업지원에 가장 중점을 두는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이는 바로 그동안 정부가 너무나 중소기업육성에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이런 헌법상 규정에도 불구, 6공및 문민정부를 거치는 동안 중소기업정책은
오히려 퇴보하고 말았다.

공장하나를 짓는데만해도 50여개 규정이 기업의 발목을 묶어두고 있을
정도다.

국민경제의 손발인 중소기업들이 썩어들어가고 있는데도 신경이 마비된
탓인지 혈관이 막힌 탓인지 "아얏"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박상규부총재만큼 중소기업자들을 열심히 만나는 정치인은 드물다.

그는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면 항상 협동조합을 통해 힘을 합쳐 구조개선을
해나갈 것을 당부한다.

요즘같은 어려운 상황도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조직화하면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김당선자의 경제 유기체론과도 맥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중소기업인 출신 대통령.

그에게 거는 업계의 기대는 무척이나 크다.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