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24일 "앞으로 기업은 판매고와 외형보다는 이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자세로 기업경영에 임해야 한다"며 "짐이 되는 기업은
빨리 정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당선자는 이날 낮 국회 귀빈식당에서 최종현 전경련회장을 비롯한
경제5단체장과 원철희 농협중앙회장을 초청, 오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에서 꼭 이겨 달라"고 당부했다고
배석했던 박선숙 부대변인이 전했다.

김 당선자가 야당총재시절 경제5단체의 일부 단체와는 개별적으로 간담회를
가진 적은 있으나 경제5단체장과 한자리에서 간담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김 당선자는 "이제 권력의 부당한 간섭이나 정치자금으로 기업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열심히 일해서 경제난국을 이겨낸 기업인들을 애국자
로 대우하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는 독과점과 불공정거래가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전적인 자유를 주겠고 내가 나서서 직접 챙기겠다"고 밝히고
"그러나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의 수직적 지배는 방관하지 않겠다"고 강조
했다.

그는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우리는 사회보장과 실업대책이 약한데다
일본식 평생직장 개념에 익숙해 있어 미국식 노동유연성에는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임금동결과 감봉 등을 통해 경제난에 대처하겠지만 그래도
안되면 감원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김당선자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미국대통령
일본총리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총재, 립튼 미국재무차관 등과
접촉한 결과 새정부의 대외협력 결의에 대해선 믿음을 준 것 같다"며
"이제는 해결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고 밝혀 외화난 해소에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김 당선자는 이어 당 총재실에서 허신행 소비자보호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
를 받은뒤 오후에는 국회에서 김영삼대통령의 경제사특사로 미국 등을 방문
하고 돌아온 김만제 포철회장, 정인용 전재무장관 등을 만나 경제난 극복
대책을 협의했다.

<이건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