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종금사에 대한 전격적인 영업정지로 가뜩이나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은 이제 "보릿고개"를 맞이하게될 전망이다.

9개 종금사가 기업에 공급한 여신은 25조원.

이중 어음할인이 18조원이나 된다.

기업어음(CP) 할인시장의 축소로 다른 기업들도 CP할인통로가 좁아져 자금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특히 25개 종금사로부터 1천5백억원을 지원받기로한 해태그룹과 영업정지
대상인 쌍용종금에 의존해 왔던 쌍용그룹은 자금수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같은 기업자금조달난은 기아그룹 등 부실기업처리에 대한 IMF
(국제통화기금)의 요구와 맞물려 기업연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9개 종금사의 거래기업체 =당장 2일부터 이들 종금사로부터 신규여신을
받는게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기존 여신을 당장 상환해야 하는건 물론 아니다.

종금사들은 업무정지중에도 만기도래한 어음의 기일을 연장해 주는게 가능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수록 여신을 상환할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 종금사도 채권회수는 할수 있는 탓이다.

관리인으로 선임된 신용관리기금이사장이 아무리 "현상유지"를 강조하더라도
종금사들이 인수합병에 대비, 여신을 회수하려할건 뻔한 일이다.

특히 거래 종금사가 인가취소를 받는 경우 기업들은 여신을 모두 다른
은행이나 종금사로 옮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이나 다른 종금사가 거래여신을 모두 받아들일지는 의문
이다.

동일인여신한도등 제도적제한이 엄존하는데다 거래관계가 보통 "사적인
친분"에 의해 맺어지는 관행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은 "찬밥신세"가 될
공산이 크다.

지난 11월말현재 9개 종금사의 총여신은 25조9천5백9억원에 달하고 있어
여신의 처리방향이 기업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 CP시장 급속위축 =이미 지난달부터 CP할인시장은 사실상 마비상태였다.

현대 삼성 LG 등 우량기업이 발행하는 CP도 소화되지 못해 지난 한달동안
CP할인실적은 1조4천억원이나 감소했다.

여기에 9개 종금사가 업무정지를 당함에 따라 CP시장은 급격한 위축이
불가피하다.

당장 18조7천2백94억원의 CP할인실적을 갖고 있는 9개 종금사가 CP매수가
불가능해졌다.

다른 종금사의 수신감소상태도 계속돼 만기연장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따라 기업들의 CP할인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 2일 CP수익률은 연 23%대로 치솟았다.

이같은 어려움은 은행에 CP할인업무가 허용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업자금난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 해태 쌍용그룹의 자금수급차질 =해태그룹은 25개 종금사로부터
1천5백억원의 협조융자를 받기로 돼 있었다.

25개중 22개사가 이미 여신을 기표, 대한 제일 항도종금에 예치해 뒀다.

이중 6백억원이 예치돼 있는 항도종금이 업무정지 됐다.

따라서 예금인출이 정지돼 자금수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

쌍용그룹은 그동안 종금사 여신을 상당액 상환해 왔다.

나머지 4천억원은 계열사인 쌍용종금에서 빌려쓰고 있다.

쌍용그룹은 쌍용제지매각대금 등으로 이 돈을 순차적으로 상환, 연말까지
종금사부채를 7백억원으로 줄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쌍용종금이 업무정지를 당함에 따라 쌍용그룹의 전금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