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대한항공 KE605편엔 30대의
젊은 기업인들로 가득찼다.

적어도 1백명은 넘는 듯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올해 의료용구박람회(MEDICA
97)에 참관하기 위해 나선 기업인들.

실제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린 MEDICA 97현장엔 이 배행기에 탄
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약 1천여명의 국내 기업인들로 북적댔다.

이처럼 이 박람회에 젊은 기업인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드디어 국내에서도
의료용구산업이 유망 산업분야로 각광받기 시작한데서 비롯 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의료기 산업은 무척이나 영세했다.

겨우 90년대 들어 메디슨이 영상초음파진단기를 본격 생산하면서부터
이 분야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직 이 부문은 걸음마 수준.

때문에 의료기 산업분야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및 신제품에 대한 노하우를
알아내려면 이 MEDICA를 참관하는게 가장 최선책인 것으로 업계의 한결같은
견해다.

MEDICA 전시회는 매년 뒤셀도르프 전시장에서 열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람회.

올해에도 전세계에서 2천3백78개업체가 참여해 7만5천 규모의 부스를 설치,
각종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번 MEDICA 97의 새로운 경향은 영상진단기의 원격조정화및 시험자동화
(Lab Automation).

지멘스 필립스 GE등 의료기기 "빅3"은 한결같이 첨단 컴퓨터를 활용한 PET
(양전자 방출형 단층촬영기)등 영상진단기를 자랑했다.

특히 이중에서도 필립스가 새로 개발한 원격조정 내시경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이 내시경은 알약 한개를 먹으면 그속에 들어있는 장치가 원격으로
조정돼검사자가 아무런 고통을 받지 않고 위장을 검사받을 수 있는 장치.

또 애보트 베링거만하임 베크만등 임상분야의 3대 메이저들은 한결같이
자동화한 생화학 분석기를 내놨다.

그동안 시험분야에선 "자동화"란 개념이 없었으나 일본의 도시바가
이 분야도 산업부문과 마찬가지로 자동화가 가능하다는데 촛점을 맞춰
제품을 개발하자 각국기업들이 이에 동승한 것.

이번 MEDICA 97엔 국내 기업들도 15개사가 부스를 마련하고 신제품을
출품했다.

국내 출품업체중 세인전자는 전자혈압계를 내놔 관심을 샀다.

이 회사의 전자혈압계는 일본의 오므론 다음으로 세계 2위를 탈취한 제품.

병원을 찾아가 전문의의 진단을 받지 않고서도 평소 자신의 혈압을 체크할
수 있는 장비여서 갈수록 수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제품.

또 동양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한방의료기기를 출품, 동유럽및 서남아시아
지역 의사와 기업인등으로 부터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올해 출품업체중 자원메디칼과 정원정밀공업은 이미 유럽품질인증인
CE마크를 획득, 유럽지역으로의 수출활로를 활짝 열어놨다.

이번에 참여한 국내기업으론 대신엔터프라이즈가 레이저수술기를 선보였고
대회기기가 전기수술기를 전시했다.

한신메디칼(소독기), 한마이크롬(요실금치료기), 로얄메디칼
(마취전문기기), 협신메디칼(자동 약포장기), 닥터리전자(심전계)등도
신개발품을 자랑했다.

우영메디칼은 환자들이 아무런 고통없이 혈액속에 약물이나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독특한 제품을 개발, 각국의 수요자들로부터 많은 주문을 받았다.

이번 MEDICA 97은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에게 선진국들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을 캐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데다 국내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선진국으로 각종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했다.

이번 국내기업들의 MEDICA 97참가를 지원한 한독상공회의소(KGCCI)의
박정미실장은 "국내의료기기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앞으로도
MEDICA 전시회에 적극 참가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뒤셀도르프=이치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