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회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실명제가
당초 목표와 달리 경제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금융실명제의 전면 유보를 정부에 강력히 요청키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입답.

-실명제의 전면 유보는 어떤 의미인가.

"일단 시행을 중지하자는 것이다.

예금에 대한 비밀보장 등 금융관행과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시행을 유보
하고 나중에 다시 하면 된다"

-반대하는 회장은 없었나.

"없었다.

전원이 동의했다"

-금융실명제가 경제위기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나.

"실명제 실시 이후 저축률이 크게 떨어졌다.

92년 27.1%였던 민간저축률이 지난해에는 23.7%까지 급감했다.

경상수지적자가 늘어 나라가 빚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과소비 풍조는 만연하고 지하자금은 오히려 늘고 있다.

이런 점 등이 최근의 금융 및 외환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명제 유보는 어떻게 할 수 있나.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명령이 중지되면 유보 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적인 게 문제가 아니다.

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무기명장기채 발행 등 보완조치만으론 효과가 없나.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는 발행해도 살 사람이 적다.

실명제 유보는 즉효약이 될 수 있다.

당장 저축을 늘리고 과소비 풍조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대여론이 비등할텐데.

"애초에 실명제가 실시 될 때는 서민들과 중소상인들이 반겼었다.

그러나 지금 가장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들이다.

사실 대기업들은 대부분의 거래가 실명화돼 큰 영향이 없다.

경제를 살리자는 큰 뜻에서 내놓은 주장인 만큼 반대는 적을 것으로 본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