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역사를 캐낸다"

남극의 깊은 바다밑에서 지질시료를 채취, 지구의 비밀의 밝혀내기 위한
대규모 국제공동연구가 착수됐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6개국 50여명의 지질 및
지구물리학자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최근 남극대륙 남부해안에 위치한
케이프 로버츠지역에 해저굴착장비를 설치하고 본격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팀은 우선 이지역 해저 1백50~5백m 지점에서부터 형성되어 있는
지층에서 5백m 길이의 시료를 채취할 예정이다.

또 대륙경사면에서도 굴착작업을 진행,이제까지 얻어진 시료보다
두배이상 긴 1천5백m 정도의 시료도 뽑아올릴 계획이다.

이 시료는 6m 단위로 나눠 케이프 로버츠에 설치된 실험실과 미국의
맥머도기지, 뉴질랜드의 스콧기지에서 정밀분석작업을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이 지역에서 채취할 해저 지질시료의 나이는 1억년이 넘는 것으로 지금까지
남극에서 얻은 지질시료보다 3배이상 오래된 것이다.

이에따라 과거 지구기후의 변화, 바다수면의 변화, 그리고 남극대륙을
횡단하는 산맥의 형성비밀을 밝히는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남극대륙이 3천4백만년 이전에 얼음으로 뒤덮였다는 가설을
놓고 논란을 벌여왔는데 이번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이 가설의 옳고 그름이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훨씬 따뜻했던 7천만~8천만년전의 남극대륙의 모습은 어떠했는지도
정확히 그려낼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의 피터 바레트 교수는 "해저지질에 대한 연구는
지구의 역사책을 넘기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깊이 들어갈수록 더 오랜
시기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