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쯤가다 오른쪽 조용한
들판 한가운데 델타몰드란 중소기업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이 업체는 제조업체들이 필요로하는 몰드베이스만 전문으로 만들어준다.

우리나라에선 몰드베이스만 제작해줘가지곤 회사를 꾸려나가기 어렵다.

양산체제가 불가능해서다.

국내의 경우 몰드베이스 수요업체들은 금형제작부서를 만들어 필요한
몰드를 직접 만들어 쓴다.

몰드베이스를 만들어 파는 기업들이 힘들어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미국에 있는 델타몰드는 몰드베이스만 만들면서도 잘버텨나간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미국은 시장이 넓기 때문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도 몰드베이스만 만들어줘선 돈남기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수수께끼는 이 회사 설계연구실에 들어 가보면 조금 이해가
간다.

70명의 종업원중 무려 30명이 CAD(컴퓨터지원설계)분야에서 일한다.

종업원의 절반이상이 연구개발분야를 맡고 있다.

때문에 공장안엔 사람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게 자동화돼있다.

상식을 깬 인원구성이 바로 이 회사 경쟁력의 핵심.

이런 상식을 깨는 회사가 국내엔 없을까.

물론 있다.

청주에 있는 일신유화가 그런 중소기업.

이 회사 2천평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산업용 계면활성제.

특히 비이온(비ION)계면활성제를 만든다.

이 공장은 비이온 계면활성제분야에선 국내 최대.

세계에선 3번째 큰 공장.

이렇게 큰 공장이지만 이곳에선 생산부문에 근무하는 종업원은 겨우
4사람뿐이다.

이들 4사람중 3사람은 포장부문에 일을 하고 있어 실제 생산현장에
근무하는 사원은 딱 1사람뿐인 셈.

그나마도 중앙제어 컴퓨터실에 근무한다.

이른바 완전자동화 체제를 갖췄다.

이에 비해 이 공장옆에 있는 일신유화연구소에는 박사및 석사연구원
15명이 근무한다.

연구원 15명에 생산직원 1명이란 실로 상식을 깬 인력구조.

이 회사의 경쟁력은 바로 이런 인력구조에서 나온다.

지금까지는 중소기업으로서 지나치게 연구개발에 많은 인력을 배치하면
위험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따라서 실제 중소기업의 매출액대비 연구개발투자는 1%미만이었다.

그러나 요즘들어 매출액대비 7%선까지 과감히 연구개발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에 있는 오토닉스공장을 가보면 이 회사에서도 일신유화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원의 절반이상이 연구개발분야에서 일한다.

고려화학의 전주공장에 가보면 이런 상황이 극치에 이른다.

수천평에 이르는 공장안엔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도료 생산이 완전히 컴퓨터의 제어에 의해 생산된다.

이에 비해 이 회사의 종합연구소에 가보면 너무나 많은 인원에 놀라게
된다.

거의 6백여명에 이르는 엘리트연구원들이 각자 맡은 개발 과제에
전념하느라 방문객에게 인사를 할 틈도 없다.

다시말해 지금까지 중소기업은 인력배치를 적합하게 해야만 살아남는다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요즘들어선 이처럼 상식을 뒤엎는 인력구조로도 떵떵거리며
잘 살아나가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이제 상식을 뛰어넘는 인력배치를 한번 시도해보자.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자.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