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정호선(54) 의원은 국회에서 "하이테크 정치인"으로 통한다.

그가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작년 정기국회 본회의때 원고 대신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대정부질문을
하려다 저지당한 것은 유명한 일화.

그는 요즘도 해당 상임위인 통신과학기술위원회에서 노트북컴퓨터를
앞에 놓고 질의를 한다.

그는 국회에 정보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정보화의 길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아직 정보화 기류를 타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국정을 감시하고 이끌어야 할 국회의원이야 말로 정보화의 선봉에
서야 합니다"

정의원의 국정활동은 정보화로 요약된다.

그는 통신과학기술위에서 매너리즘에 빠진 관련 부처 공무원들을
엄격하게 꾸짖기로 유명하다.

송곳 질문으로 공무원들을 몰아세우는가 하면 정책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인천 송도에 건립 추진중인 미디어밸리
사업.

그는 신한국당 파트너인 이상희 의원과 함께 미디어밸리 사업 성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발벗고 나섰다.

5일에는 이와 관련된 공청회도 개최한다.

정의원은 "우리도 미국의 실리콘밸리, 대만의 신죽단지, 말레이시아의
멀티미디어 코리도등에 필적할 만한 정보화단지가 하나 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와 업계 등을 돌며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 컴퓨터 보내기 운동"은 그의 정보화 열정을 말해주는 사례.

그는 이 운동 본부를 설립,운영하면서 지난해 낙도 오지 등에 3백여대의
컴퓨터를 보내기도 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컴퓨터를 보내겠다는게 그의 포부이다.

정의원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뒤 프랑스 툴루즈대학교에서
전자공학박사 학위를 받는등 줄곧 반도체 분야에서 일해온 자칭
"반도체 맨".

그가 획득한 반도체 분야 해외 특허만도 10개가 넘는다.

경북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그의 정보화 능력을 높게 평가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하게 됐다.

그는 "학생이라는 굴레를 떠나 전국민을 상대로 정보화 사업을 추진할수
있는게 가장 큰 보람"이라며 "막상 정치권에 들어오니 할 일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