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일특수(대표 이희용)의 안산 1.2공장과 시화 3공장을 둘러보면 마치
흑백영상과 고화질컬러영상을 떠올릴 정도로 판이한 모습이다.

안산공장은 각종 자동차부품을 도금하는 소위 3D현장이다.

반면 시화공장은 반도체제조용 고순도 개스공급장치 부품을 생산하는
울트라(초고)청정지역이다.

같은 표면처리 분야인데도 이처럼 재래형과 최첨단형이 공존하는 것이
놀랍다.

말하자면 안산공장은 재래업종, 시화공장은 벤처업종이다.

지난 76년 법인등록한 이회사는 시화공장을 건립해 올 2월 첨단부품을
생산하면서 벤처기업이 된 셈이다.

실제로 창투사인 우리기술투자의 투자 및 영업 지원을 받으면서 최근
벤처기업화 됐다.

오는 10월부터 발효되는 벤처기업육성특별법이 장려하고 있는 기존
중소기업의 벤처기업화는 바로 이런 케이스를 말하는 것이다.

이회사를 벤처기업화시킨 주역은 EP(전해연마)기술.

가스공급튜브 밸브 피팅등 반도체생산라인 부품들의 표면을 전기화학적
산화막형성으로 거울면처럼 평활.광택화를 동시에 이룰수있게 하는
신기술이다.

부식저항성을 크게 높일수 있는 이기술을 20여년간의 표면처리 노하우를
살려 한양대 산업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세계 3번째로 개발했다.

지난 92년부터 김재욱 동서기공사장이 이사장에게 이기술의 개발을
적극 독려하고 후원해준 것이 계기가 됐다.

주로 일본에서 연간 4천만달러어치가 수입되던 품목을 국산화함으로써
무명의 한 중소기업이 대일역조 개선에 톡톡히 한몫하게 된 것이다.

올 3월부터 EP처리한 배관부품을 수입품보다 저렴한 값에 공급하자
국내 굴지의 반도체제조 및 장비제조 관련업체들에서 잇따라 주문,
신기술품의 위력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이회사의 이사장은 "한양기공을 비롯한 1차 납품업체와 반도체
대기업들에서 국산품을 적극 써주고 있어 2년간 30여억원을 들여 개발한
보람이 있다"며 사업전망에 대해 낙관했다.

회사측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시화공단내 1천6백평 부지에 3백평
규모의 EP전용공장을 증축하는 중이다.

기존 EP라인을 포함 전용라인을 갖추는데 모두 65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증축공장이 내년초 본격 가동하게 되면 EP 부문에서만 연간 1백억원의
매출이 발생, 자동차부품 도금부문(90억원 추산)을 능가하는 주력품이
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있다.

진일은 현재 일본의 밸브제조업체인 모토야마사로부터 주요 부품을
들여오고 있으나 내년 3월까지 트랜스듀서류 튜브류 밸브류등을 국산화할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국산화율 제고에 일조하려는 것이 이회사 1백40여
종업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와함께 EP기술의 적용영역도 반도체 생산라인의 배관외에 식품기계부품
화학플랜트 제약설비부품 원자력설비부품등으로 확대해간다는 방침이다.

이사장은 "일반 중소기업도 기존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활용해 신기술화
신사업화하면 그게 곧 벤처"라며 늦깍이 벤처기업이지만 모험정신으로
새롭게 무장해 연구개발에 전력투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병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