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위는 26일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류시열 제일,
정지태 상업, 신복영 서울은행장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기아그룹 부도유예의 원인과 향후 대책을 추궁했다.

특히 의원들은 여야 구분없이 전날 재경원이 발표한 "금융시장안정 및
대외신인도 제고 대책"에 기아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 대해 "무성의한 태도"라고 질책하는 한편 "정부가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한국당의 박명환 국민회의 정세균 의원 등은 "기아의 부도유예기간이
내달 29일 만료돼 법정관리나 제3자인수를 추진할 경우 결국 기아자동차는
삼성그룹에 인수될 것이라는 설이 있다"며 "정부 주도의 기아죽이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박명환 의원은 "진로와 대농의 경우와는 달리 유독 기아에 대해서만
선경영권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박의원은 이어 "기아가 자동차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그룹들처럼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바람에 부도위기에 몰리게 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남편이 외도했다고 자식들을 굶겨죽이는 비정한 어머니가 돼선 안된다"며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의 정상화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자민련의 이상만 의원은 "기아의 자구노력을 정부가 지원해 기아를 자동차
전문업체로 다시 살려야 한다"며 구체적인 자구노력 지원방안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차제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부도방지협약의 문제점도
보완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회의 김원길 의원은 "정부는 우려되는 경제적 파장을 고려, 경영진의
사표제출 여부에 얽매이지 말고 신속히 기아그룹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세균 의원은 "기아의 협력업체는 총 1만7천6백59개로 이는 전체 중소
제조업체수의 18.5%에 달하며 중소협력업체들은 외상매출금의 현금화가
불가능함은 물론 어음할인 마저 중단상태에 있는 등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우려되는 연쇄도산 방지대책은 서 있는가고 물었다.

신한국당 노승우 의원은 "정부는 돈을 풀지만 실제로 돈 구경하기가
어렵다는게 요즘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라며 정부의 의지가 확실하게
반영될 수 있는 협력업체 회생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회의 김민석 의원은 "정부가 어제 발표한 대책에는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고 지적하고 "기아그룹측이 기아자동차 등의
정상운영을 위해 요청하고 있는 수요자 금융의 재개, 수출시 무역금융의
한도확대 등의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