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개월만에 흑자로 돌아섰던 무역수지가 지난달에 다시
8억6백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동기에 비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수입이 감소하는 등 교역
내용이 괜찮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매년 7월에는 수출이 전달(6월)의 상반기 실적을 의식한 밀어내기 여파로
부진했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지난달 수출성적표는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난달 수출에는 기아사태가 몰고온 국내의 위기상황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의 잇따른 국내악재들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하반기 수출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요컨데 지난 6월의 흑자는 반짝 경기로 끝난 셈이고 7월의 단기동향이
비록 긍정적이지만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엔 이르다.


[ 7월 교역동향 ]

지난달에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7%나 늘어난 데는 원화평가
절하에 따른 대외경쟁력강화, 주력인 반도체수출의 호조, 국제유가와 세계
경제의 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불경기의 여파로 임금, 물가 등 생산요소가격이 안정되고 미국경제의
초호황 등에 힘입어 세계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 지속된 것도 수출에 큰
도움이 됐다.

반면,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0.6% 줄어들었다.

수입이 감소한 것은 국내경기의 회복이 예상밖으로 늦어지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그 여파로 자본재수입이 감소한 탓이 크다.


[ 품목 및 지역별 동향 ]

지난달 수출호조는 반도체 덕분이었다.

전년동기대비 36.6%나 급증한 것은 수출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16메가
D램의 수출비중이 작년동기의 43%에서 28.3%로 급감한 반면, 64메가D램과
비메모리분야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자동차의 경우 기아사태의 여파가 미치지 않아 전년동기에 비해 22.7%나
늘었다.

철강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증가율도 각각 33.9%와 29.7%의 높은
실적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선진국의 경우 미국 영국 일본지역에 대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거나 신장세가 확대됐고 개도국의 경우엔 중국 인도 중남미에 대한
수출이 여전히 호조를 보였다.

수입의 경우 국내 설비투자부진으로 자본재수입실적이 전년동기대비
23.4%나 격감했고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꼽혔던 소비재 수입도 작년같은
기간에 비해 8.9% 감소했다.

반면 7월부터 수입이 풀린 오렌지 등 농수산물의 수입은 전달의 3배에
달하는 32.9%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 전망 ]

통산부는 기아사태로 인한 자동차수출 차질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당초 하반기 자동차수출 전망치는 65억달러선.

이중 기아와 아시아자동차의 비중이 35.2%(23억달러)에 달한다.

기아사태의 수습시기와 완전 정상화여부에 따라 하반기 수출경기가
결정적으로 좌우될 전망이다.

바트화 붕괴로 인한 동남아경제위기가 우리수출에 미칠 여파는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요인이 겹쳐있어 당초 우려했던 정도로 수출에 차질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엔고와 원유가격 등 외부변수들은 연말까지 지금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하반기 수출은 기아사태와 이로인한 국내경제의 파장을 최소화
하는 작업과 맞물려있는 셈이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