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12월 대림엔지니어링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의 화공부문 턴키수주사상 최대규모로 기록되고 있는
태국 TOC사의 올레핀공장 건설프로젝트를 따낸 것이다.

사업금액은 자그마치 5억달러.그것도 일본의 초대형 업체를 막판에 제치고
얻어낸 수확이다.

대림이 자칫 잘못하면 그룹의 존폐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는 이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거머쥐고 과감히 추진한 것은 통합 엔지니어링 수행능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95년 6월 6억1천만달러 규모의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가스플랜트 건설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졌다.

그룹을 통한 국내 사업물량이 거의 없다시피해 해외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대림의 기술력은 그만큼 뿌리깊다.

이 회사의 기술연구소 김두성(37)박사는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영남대와 일본 상지대를 거쳐 미국 리하이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대림식구가 된지 올해로 만 6년째.기술연구소 인력구성에서부터 실험실
꾸미기까지 도맡아 해온 그는 지금 장외홈런 한방을 예약해 두고 있다.

포항공대팀과 공동으로 3년간의 각고끝에 완성한 "선택적 촉매반응을 통한
황화합물 제거기술(SPOR)"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전혀 색다른 고상촉매를 사용하는 이 기술은 정유공장 제철소 제련공장
등에 설치되어 있는 기존 외국 탈황공정의 문제점을 완벽히 해결한 혁신적
공정기술이다.

액상균일계촉매를 사용하는 기존 공정과는 달리 황화수소와 이산화황의
고농도 혼합가스 처리도 가능하고 처리수준 역시 원하는 농도까지 조절,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전체 설치비 및 연간운전비는 기존의 절반정도면 오케이다.

올 11월이면 대림산업 여천2공장에 설치중인 파일럿플랜트가 완공되는데
1년정도 가동후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국내 정유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미국의 한 업체는 상용화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손을 뻗칠 정도로 이 기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는 그러나 기술의 자립도에 보다 많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공정설계및 파일럿플랜트제작 촉매제조, 그리고 시운전까지 일련의 상용화
과정을 온전한 자체기술로 수행하는 첫 사례란게 제일 자랑스럽다는 설명
이다.

그의 1차목표는 이 공정의 흐름을 완벽히 확립해 세계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2~3개정도 더 독창적인 공정기술을 개발, 엔지니어링기술
선진국을 향한 주춧돌을 쌓는다는 각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