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상무부의 조치에 대한 국내반도체업체와 한국정부의 반응은
한마디로 "해도 너무 한다"로 요약할수 있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등 당사자들이 즉각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통산부가 세계무역기구(WTO)로 문제를 끌고가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키로 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수 있다.

통산부의 제소는 미국측 판정문을 정밀검토한 뒤인 8월초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같이 흥분하는 것은 미국정부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판정한게 아니라
자의적인 요소를 통해 부당하게 판정했다고 보기 때문.

지난 92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덤핑제소이후 한국업체들은 성실한
가격정책을 펴 3년연속 미소마진판정을 받는등 누가 보더라도 덤핑을
철회할수 있는 요건을 갖춰왔다.

예컨대 현대전자는 세번에 걸쳐 0.1% 0.01% 0.00%의 판정을, LG는
0.00% 0.02% 0.01%라는 미미하기 짝이없는 마진율 판정을 받아왔다.

3년연속 미소마진판정은 규제철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며 이를 훌륭히
충족시켜온 셈이다.

그럼에도 미 상무부가 "앞으로 덤핑을 할 가능성이 없다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는 다분히 주관적인 요소에 의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은 어떻게든
자국의 반도체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수 밖에 없다.

뭔가를 걸어서 덤핑규제라는 굴레를 씌워야 하겠는데 마땅치 않자 "코에
걸면 코걸이"격인 조항을 걸고 넘어간 것이다.

그동안 한국업체들은 덤핑규제가 철회될 것으로 예상해왔고 아니면
자료제출신사협정(DCP)정도의 수준에서 규제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DCP는 미국이 일본업체들에 대해 취하는 방식으로 이 잡듯이 뒤지는
덤핑조사대신 필요시 자료제출이라는 온건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형태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한국업체들은 최대 시장에서 끝날 기약도 없는
덤핑굴레에 또다시 시달리게 됐으며 CIT와 WTO의 조치에 기대를 걸수 밖에
없게 됐다.

CIT는 상무부의 조치가 미국내 법률에 비춰 문제가 없는지를, WTO는
국제법과 공정거래관행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각각 심사하게 된다.

한편 현대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수출의 40%인 8억달러, LG는 20%인
3억5천만달러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