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은 기아그룹에 대한 제2금융권의 하루 교환금액이 1천5백억원에
달하면서 기아그룹이 자체적으로 결제자금을 조달할 능력을 상실해 그룹의
회생을 위해 부도방지협약 적용기업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제일은행의 권우하 상무와의 일문일답.

-당초 부도방지협약의 적용을 정부가 기피해 왔는데 갑자기 협약적용을
결정한 이유는.

<>지난 5월 하순부터 지금까지 은행들이 8백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하루 평균 1천5백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어음교환이 주로
종금사 등 2금융권으로부터 쇄도하면서 부도방지협약의 적용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종금사들이 만기어음을 1~3일의 단기로 연장해 주면서 대출금 회수에
열을 올리는 바람에 기아가 만성적인 자금부족에 빠진 것이 협약적용의
원인이 됐다.

-정부와 사전협의가 있었나.

<>오늘 아침에 정부에 통보했으며 사전협의는 없었다.

-기아그룹측과의 사전협의는 있었나.

<>김선홍회장을 어제 불러 제일은행의 지원여력이 없으니 어제 교환회부된
어음을 자체적으로 결제하지 못하면 오늘 협약적용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어제 결국 1백억원의 자금이 부족해 은행이 이를 막아준 대신 협약적용
기업으로 선정했다.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해 부도방지협약의 적용을 모면하기 위해 제일은행이
노력하지 않았는가.

<>지난 6월말에도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 제일은행에서 2백50억원을 지원
했으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었다.

은행으로서도 역부족이었다.

-국내 계열사중 18개사를 부도방지협약의 적용대상으로 정한 이유는.

<>18개사의 금융부채가 그룹 전체의 95%를 차지할 만큼 주력기업들이며
나머지 10개사는 규모가 작아 계열사끼리 통폐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아그룹의 현 경영진의 퇴진가능성이나 주식포기각서 제출 등의 문제는
어떻게 되나.

<>오는 30일 열리는 1차 채권기관대표자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다.

당장은 부도를 모면토록해 기아의 회생을 돕자는 것이 채권은행들의 목적
이다.

-향후 기아에 대한 금융지원은.

<>제1차 대표자회의가 열리는 7월 30일부터 2개월간 금융권부채가 동결되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정상화여부를 검토분석해 금융지원여부 및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기아그룹의 수출이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식분산이 양호한 대기업그룹
이라는 점에서 최대한 회생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아 협력업체의 규모는 얼마인가.

또 협력업체가 물품대금으로 받은 진성어음을 은행이 자금지원을 통해
결제해 주어야 하지 않나.

<>협력업체가 총 5천여개에 달한다.

협력업체가 보유한 기아 진성어음은 기아의금융부채가 동결되기 때문에
자체자금을 통해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당장 지원할 계획은 없으며 이런 문제도 채권대표자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다.

-기아를 살리려다 제일은행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여신이 상당히 분산돼 있어서 제일은행에만 큰 부담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할말은.

<>기아의 자동차 수출규모 등을 감안해 계열주거래은행으로서 자체 정상화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폈으나 2금융권 교환이 계속 늘어나고 여타 은행의
공동지원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우선 부도처리를 막고 나서 정상화방안을
찾아보자고 협약적용을 결정하게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