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의 통신서비스 요금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통부가 불과 두달새 통신요금 정책을 잇달아 바꿔버려서다.

정통부는 지난 4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을 고쳐 정통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통신요금을 종전 31개에서 6개로 대폭 줄였다.

지배적 서비스인 한국통신의 시내.외및 국제전화, 국내전용회선, SK텔레콤의
이동전화와 무선호출 등을 제외한 다른 요금들을 자율화시켰다.

이어 지난 5월초에는 남아있던 시내.전화 등 모든 통신요금의 인가제를
완전히 철페하는 혁신적 조치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요금에 대한 규제는 더이상 않겠다는 정책전환이었다.

그러나 29일 정통부의 아같은 정책결정이 또다시 번복됐다.

강봉균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개정안을 입법예고한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방침을 바꾼 셈이다.

정통부는 지난 5월초 통신요금의 완전자율화 추진 배경을 오는 6월 제2시내
전화사업자 등의 신규통신사업자가 선정되면 통신서비스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체제가 형성된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29일 밝힌 완전자율화 철회 이유는 관련부처간의 협의과정에서
재경원이 시내전화가 아직 경쟁상태가 아니어서 독점사업자의 횡포가 우려
된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물론 자율화 방침이 후퇴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시내전화만 제외하고 모든 통신요금을 자율화하려던 당초 계획은 전기통신
사업법 시행규칙을 고쳐 그대로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통부의 이같은 줏대없는 태도는 민의를 무시한 처사라고할 수밖에 없다.

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민의를 반영해 개정하지만 시행규칙은
행정부가 고칠수 있다.

그러나 시행규칙만을 고쳐 시내전화만 인가대상에 넣겠다는 정통부의 입장
대로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인가대상을 늘릴수도 있다는 고무줄 규정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지금까지 개정안에 반대해온 신규통신사업자들의 로비가 먹혀들 여지도
자연히 생겨날수 밖에 없다.

정부의 어떤 정책이라도 의견수렴 과정에서 바뀔수 있다.

그러나 입법예고까지 한 내용을 한달도 안돼 철회한다면 아무래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난 또한 감수해야 마땅하다.

정건수 < 과학정보통신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