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경제의 상징인 북한에서 탈출해온 귀순자가 시장경제체제에서도 가장
민감한 직업인 외환딜러로 본격 활동하게 돼 주목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95년말 부인 신영희(북한 무용수)씨와 함께 귀순해온
최세웅(36)씨.

최씨는 지난 6일부터 나라종합금융 외화자금팀에서 외환딜러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직책은 과장.

최씨는 정부 주선으로 지난 1년간 금융결제원 자금중개부에서 일해왔다.

최씨는 "본격적인 외환업무를 하기로 마음먹고 국내 금융기관의 문을
두드리다 나라종금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제로에서 시작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뛰겠다"며 각오를 다지는 그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아직 외환시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전문가로서의 일성을 터뜨렸다.

그는 북한에 있을 때도 외환업무를 해왔고 런던 파견근무시절에는 외환딜링
으로 큰 돈을 벌기도 했다.

나라종금의 이재우 이사는 "전문인력을 뽑는데 내.외국인 구별이 없듯이
북한출신이라고 채용 못할 이유가 없다"며 "최세웅씨는 다년간 외환딜링을
해온 경력을 높이 사 채용했다"고 말했다.

귀순자 보호차원에서 이뤄진 채용이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최씨가 맡은 일도 핵심업무이다.

최씨는 고객(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환거래를 중개해주는 일을 책임지게
된다.

나라종금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분야이다.

최씨의 금융부문 경력은 지난 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던 최씨가 금융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지난 84년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란데스뱅크로 연수를 가게 된게 계기
였다.

3년간의 연수를 끝낸 최씨는 평양의 북한 대성은행에서 2년간 외환딜링 등
여러업무를 두루 거치면서 금융부문의 전문가로 커갔다.

최씨가 외환딜러로 본격 활동한 것은 지난 90년 영국 런던에 나가면서부터
이다.

그는 91년 DIC(대성인베스트먼트컴퍼니)라는 외환중개사를 설립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등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94년말 DIC가 조선통일발전은행으로 넘어가면서 이 은행의 해외담당책임자
(부총재급)로 발령받았었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