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 은행이 "부실징후기업 정상화 금융기관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진로그룹의 "진로"에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

진로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은 협약이 발효되는 21일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구성하고 제1차대표자회 소집을 요구할 예정이다.

제1차회의는 25일경으로 예정돼있다.

대표자회의가 통보되면 채권금융기관들은 그날부터 진로에 대한 대출원리금
상환청구와 같은 채권행사를 유예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해 어음및 수표를 교환에 회부할 경우 개정될 어음교환소
규약에 따라 부도처리되는 반면 진로의 당좌거래는 계속된다.

매일 돌아오는 5백억원규모의 어음결제요구가 중단된다는 얘기다.

급한불은 끌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표자회의 의결을 거쳐 융통어음이 아닌 진성어음(근로자임금 하도급
및 납품업체의 어음결제자금)에 대해서는 결제도 가능해진다.

현재 진로그룹에 대한 금융기관 여신총액은 은행권 6천10억원 제2금융권
1조3천4백57억원등 모두 2조6천1백90억원 수준.

진로그룹측과 상업.서울등 채권은행들은 협의회가 구성돼 채권행사가
유예될 경우 진로의 회생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

상업은행 관계자는 "진로는 사업의 성격상 현금흐름이 많기 때문에 어음
결제만 없다면 자체 매출만으로도 인건비등 운전자금을 충분히 댈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때문에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고 진로의 상황이 원천적으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진로가 추진중인 부동산매각등의 자구노력이 제대로 진척돼야만 한다.

또 은행들이 협약을 통해 채권행사를 유예토록 했지만 제2금융권 대부분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변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선 법리적인 문제를 싸고 송사사태도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협의회에서 채권금융기관들은 담보확보를 이유로 장진호 진로회장
에게 주식담보와 주식포기각서를 함께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실사결과 기업경영능력이 부족하면 주식포기각서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장만화 서울은행장)는 것이다.

만약 이를 장회장이 거부한다면 은행들이 진로를 부도처리 또는 법정관리로
까지 몰고갈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극단적인 사태는 마지막선택에 해당하지만 은행들은 최소한
주식담보는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