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 공업 투자가 올해 작년보다 3.5% 줄어드는 등 기업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조업 및 비제조업의 매출액순 상위 5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28일 발표한 "97년 기업 시설투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은 올해 지난해보다 2.56% 늘어난 45조8천5백1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시설투자의 65.7%를 차지하는 중화학공업 투자가 작년보다 3.5%
줄어든 30조1천2백94억원에 그치는 등 제조업 부문의 투자는 지난해보다
2.8%나 감소, 올해는 지난 92년 이후 5년만에 가장 투자가 부진한 해가 될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의 이번 조사는 이달 10~22일에 조사된 최근 자료로 연초에 터진
노동법 파업, 한보철강 부도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다 고비용구조가 개선될 기미가 없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둔화
및 재고누증 현상이 이어져 기업의 투자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정유(-38.1%) 섬유 및 의복(-35.6%) 조선(-22.9%) 전기 및
전자업종(-9.81%)의 투자부진이 두드러졌다.

정유의 경우는 지난해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돼 신규투자 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정부가 에너지절약을 위한 고유가 정책을 계속함에 따라
소비둔화를 예상한 정유사들이 신규투자에 나서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섬유 및 의복의 경우는 세계적인 화섬경기 위축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이
설비 확장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자동기별로는 기존 시설의 확장투자는 지난해보다 2.1%가 줄어드는 반면
사업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타업종 진출투자는 1백27.4%, 연구개발
투자는 33.4%가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에너지 절약(33.5%) 공해방지(45.5%) 및 물류시설(33%)에 대한 투자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집계돼 기업이 불황극복를 위해 질적인 투자확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해외투자를 하는 주된 동기로는 응답업체의 42%가 해외시장 확보,
32%가 국내의 고비용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생산비 절감을 각각 들었다.

생산체제는 현지에서 원자재를 조달,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형패가
43%가 가장 많았고 현지 생산품을 국내로 역수입하는 경우도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이번 조사 결과 13개 조사항목 중 해외수요를 제외하고는 자금
조달, 인력 및 노사, 토지, 행정규제 등 모든 항목의 환경이 지난해 보다도
나빠질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전반적인 투자환경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