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시들해진 한국의 섬유.봉제산업이 방글라데시에서 꽃피고 있다.

국내 중소업체들이 고비용구조를 피해 미국 유럽등지로부터 수출상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이 나라를 우회수출기지로 활용키 위해 진출, 괄목할만한
성장을 시현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중 특히 섬유분야 진출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영원무역 다다실업 영인터내셔널 구룡통산 세계물산 태평양지퍼 등이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여건상 대개 단독 투자 진출한 이들업체들은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을
잘 활용해 제품 고부가가치화에 성공, 선진국 바이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때마침 미국경기 호조 등으로 수주가 더욱 늘어나고 있어 기진출업체들은
대부분 증설을 추진중이고 신규진출을 계획하는 업체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영원무역은 최근까지 10여년간 방글라데시공장 신.증설을 지속, 현재 염색
코팅 패딩 섬유액세서리에서 봉제완제품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대카 및 치타공공장의 봉제생산라인은 총 2백3개.

지난 80년대초 당시 20%이던 자가생산비율은 이제 95%로 늘어나 있다.

철저한 품질관리로 고부가가치의 스포츠웨어류를 생산, 나이키 등 미국
유럽지역 바이어들에게 직공급하고 있다.

현지법인의 올해 총수출액은 2억달러(1천7백억원)로 지난해에 이어
30%대의 높은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다실업은 방글라데시 투자가 적중해 진출 6년여만에 세계최대의 모자
업체로 도약한 성공 케이스.

이 회사는 아디다스 나이키 필라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1천5백만달러를 투입해 대카수출가공지대(사바)내에 연건평 5천7백평
규모의 스포츠모자공장을 짓는 중이다.

제1공장(다다대카)에 이은 새공장이 오는 5월 완공돼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면 방글라데시에서만 연간 7천만달러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힘입어 세계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20%에서 30%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지난 94년 치타공에 진출한 영인터내셔널은 염색 및 원단수출로 지난해
1천만달러를 올렸으며 유럽지역 판매가 호조를 띠고 있어 올해는 2천만
달러를 돌파한다는 목표이다.

구룡통산은 지난 92년 투자진출이래 연평균 30%대의 성장세를 지속,
현지법인 구룡(패딩 퀼팅) 및 구룡텍스타일(염색 피니싱)에서 지난해
2천7백만달러 수출실적을 올렸다.

회사측은 내년상반기까지 생산능력을 지금의 2배로 확충키 위해 현지
법인에 3백만달러를 추가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세계물산은 지난해 사바에 숙녀복공장(세계방글라데시)을 완공, 첫해
2백70만달러어치를 주로 미주지역에 내보냈다.

좋은 출발을 보이자 회사측은 2백70만달러를 추가투자해 숙녀복 재킷 바지
등을 생산할 제2공장을 사바에 다음달 착공, 연말께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강북(재킷) 일광(염색) 스완론(패딩 퀼팅) 태평양지퍼(지퍼)
천지산업(염색) 등 다수 중소업체들이 현지에 기반을 착실히 구축한
상태이다.

여기에 대유통상이 2천달러를 투자해 발루카 마이맨싱지역에 염색 및
스웨터공장을 다음달 착공키로 하는 등 세계화를 꿈꾸는 많은 중소.중견
업체들이 방글라데시 진출채비를 갖추고 있다.

4월에는 또 영원무역이 치타공에 3백40만평 규모의 한국공단을 착공할
예정이어서 오는 2000년대 초까지 이 공단에만 1백여개의 한국기업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방글라데시 정부 또한 현지사회 기여도가 높은 한국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다음달 2일에는 이나라 외무장관이 방한, 양국간 교류
확대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부일 다다실업사장은 "방글라데시가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에서 부진한
단점이 있지만 풍부한 노동력, 저임금구조, 세제.금융상 혜택, 쿼터확보상
이점 등 메리트가 더 많다"며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낙관했다.

< 문병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