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시청 바로 옆 코카콜라 박물관.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빗속에서도 자기들이 마시던 코카콜라의 세계를
보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다.

그 옆에는 휴일을 맞은 흑백의 초등학생들이 호기심어린 눈길로 쇼윈도를
쳐다보고 있다.

인종과 나이를 초월해 소비되는 코카콜라의 세계를 대변해주는 장면이다.

박물관 2층 만국기옆 전광판에는 전세계에서 마시는 코카콜라병수가 쉴새
없이 계산되고 있다.

매일 8억3천4백만병이 소비될 정도이니 1단위 숫자가 바뀌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코카콜라가 진출해 있는 국가는 현재 1백95개국.

북한 리비아 이라크를 제외한 사실상 전 세계국가다.

유엔회원국 1백50여개국보다 더 많다.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이면서 자본주의 첨병인 코카콜라가 국경 인종
종교를 넘어 전세계에 퍼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또 강력한 경쟁상대인 펩시콜라를 언제나 2인자로 따돌리는 "무기"는
무엇인가.

"언제나 어디서나"라는 코카콜라의 광고문구가 이 회사의 마케팅전략을
대변해주고 있다.

음료 한 종목만 파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음료 한우물만 파는 것이 코카콜라 마케팅전략의 요체다.

지난해말 포천지는 코카콜라가 다각화전략을 쓴 경쟁사 펩시를 완전히
압도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온 미국시장에서조차 코크가 펩시를 앞질러버린
것이다.

러시아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도 펩시는 계속 코크에 소비자들을 내어주고
있다.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코카콜라회장은 한우물 전략의 이점을 네가지로
간단히 요약한다.

첫째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둘째 그래서 막대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셋째 다른 업종을 하지 않으니 최소한의 재투자만 필요하다.

넷째 결국 한우물전략은 현금이 흘러넘치게한다.

이 회사는 자금을 재투자할 경우에도 <>전세계적인 정보시스템구축
<>유통구조조정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개발 <>올림픽후원을 통한 이미지
제고 등 음료사업을 발전시키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은 15년간 회장직에 재임해왔던 고이주에타회장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코카콜라 이사진들은 회장이 누구든 관계없이 1백년 넘도록 지켜온 이
전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같은 확신은 콜라 하나만으로도 무궁무진하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한다.

고이주에타회장은 "인간이 매일 필요한 수분은 평균 64온스인데 코카콜라가
전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양은 1인당 2온스도 안된다.

그것은 곧 우리에게 무한한 성장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코카콜라는 최근 아시아지역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가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는 입이 24억개나 된다.

전 세계 입의 절반이다.

긴 잠에서 깨어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고 있어 실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황금시장이다.

이 회사는 과거 10년간 매출신장률이 4%대에 머물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부진을 만회하기위해 해마다 2배이상의 매출증가가 확실시되는 아시아시장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한 종목에만 매달리는 것외에도 이 회사는 제품의 이미지 지키기에서도
억척스런 고집을 보여주고 있다.

빨간색 바탕, 흰색 글씨, 검정색 콜라, 이 코크 3색은 지난 1886년 처음
만들어진 로고의 기본색으로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말 예고없이 등장한 새로운 코카콜라 캔의 디자인은 기존 문구를
가로로 바꾸고 "Always"란 단어를 삽입한 것밖에 새로운 것이 없다.

심지어 코카콜라는 이 이미지를 강화하기위해 전설의 산타클로스까지
자기들의 이미지로 만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빨간 바탕에 흰 테두리가 있는 지금 산타클로스복장은
지난 1931년 코카콜라가 만들어 전세계에 퍼뜨린 것이다.

그 결과 코카콜라는 브랜드의 인지도조사에서 전세계 수많은 품목 가운데
항상 1~2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카콜라의 이러한 한우물전략은 입으로는 세계 초일류기업을 외치면서
사업다각화에만 열중할 뿐 어느 한종목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있는 국내 대기업들에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 애틀랜타=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