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킬러"

자동차 업계가 수입차의 범람으로 휘청거리는 최고급 승용차 시장에
"신병기"를 투입, 실지 탈환에 나선다.

기아자동차는 내달 포텐샤의 상급모델인 "엔터프라이즈"의 판매에
들어간다.

현대자동차도 이미 지난해 그랜저 상급모델인 다이너스티를 내놓은데
이어 내달 국내 첫 스트레치드 모델(Stretched Model)리무진인
"다이너스티 리무진"을 선보인다.

현대와 기아는 이들 최고급 승용차에 "수입차 시장을 봉쇄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지난해 국내 메이커들의 대형승용차 판매는 6만3천8백25대.95년에
비해 고작 3.7% 늘어난 수치이다.

업계는 그나마 대형차 판매가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5월 선보인
다이너스티가 수입차로 빠져 나갈 수요를 꽤나 막아주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이너스티를 제외한다면 국내 업체들의 대형차 판매는 95년에 비해
오히려 12.9%나 줄어들었다.

반면 대체로 국산 대형승용차 가격 이상에 판매되는 수입차는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1만3백16대가 팔려나갔다.

95년에 비해 50%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다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병행수입업체의 판매분을 합치면 대략
1만2천대가 넘게 팔려나갔으리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의 "수입차 킬러"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기아자동차가 내놓는 엔터프라이즈는 수입차 방어에 현대 다이너스티와
공조체제를 펼 완전한 신차다.

일본 기술제휴선인 마쓰다와 공동개발한 이 차량은 길이가 5천15mm로
기아의 기존 대형승용차인 포텐샤보다 90mm나 길어졌다.

너비와 높이도 포텐샤에 비해 85mm와 5mm가 각각 확대됐다.

물론 배기량도 커졌다.

2.5l, 3.0l 엔진과 3.6l 짜리 엔진이 얹어진다.

3.6l 급 엔진은 국내 최대 배기량이다.

국내 대형승용차로는 유일한 후륜구동 모델이며 노면상태에 따라
서스펜션의 강약이 16단계로 자동조절되는 ADS를 장착해 승차감이
크게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스타일도 괜찮다.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룬 고전적인 스타일로 중후함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장치로는 듀얼 에어백과 ABS(미끄럼방지 제어장치)등은 말할 것도
없다.

TCS(구동력 제어장치-"자동차백과" 참고)는 엔진제어 및 ABS와 연동돼
작동한다.

도어 EA폼이라는 측면충격흡수재가 국내 처음으로 채택됐다.

웬만한 고급 수입차에서도 찾기 힘든 장치들이다.

다이너스티 리무진의 최대 장점은 차체를 1백50mm 늘려 뒷좌석에서
다리를 쭉 펼 수 있게 했다는 것.

차체 길이가 5천1백30mm 까지 늘어났다.

앞좌석과 뒷좌석의 사이를 절단해 그만큼을 보강해 늘려 놓은 모델이어서
주문생산방식으로 제작된다.

모든 장치가 다이너스티보다 고급화됐다고 보면 맞다.

차량이 최고급인 만큼 세워놓은 마케팅 전략도 독특하다.

기아는 엔터프라이즈의 신차발표와 동시에 서울 부산 등 주요도시에
엔터프라이즈 전용매장을 연다.

"고급손님은 고급으로 모시겠다"는 전략이다.

또 총상금 40만달러의 국제골프대회를 열어 고객을 초청하며 VIP고객은
프로선수 인기연예인과 함께 라운딩하는 프로암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대는 다이너스티 리무진이 주문생산방식이라는 점을 감안,주문을
가려받을 계획이다.

"다이너스티 리무진=사회 명사가 타는 차"라는 등식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밀려드는 수입차 물결에 최고급 승용차로 정면돌파를 선언한 현대와
기아가 어느 정도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