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 산업연 책임연구원 >

미국은 세계 최대의 정밀화학시장으로 세계시장의 3분의1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80년대 중반이후 연평균 10%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함에도
불구, 세계시장의 2.9%만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의 정밀화학 생산액은 94년 1백45억달러로 미국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질적인 면에서도 한국은 핵심부문인 원제.중간체의 상당부분을 수입하여
범용완제품을 생산하는 등 생산구조가 취약한데 반해 미국은 정밀화학의
전생산부문이 고루 발달돼 있다.

이런 생산구조를 반영해 무역구조에 있어서도 한국은 수입특화, 미국은
수출특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95년에 한국은 32억달러의 적자를 보인 반면 미국은 58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규모도 한국이 12억달러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1백87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수출산업화와 국제화수준에서도 차이가 크다.

한국의 경우 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5년 3.4%에서 94년에는
6.6%로 높아졌음에도 불구, 아직 수출산업화의 정도가 미미하고 자본 및
기술협력에 있어서도 선진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수출비중은 11%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거대 기업들은 수출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경우 자본 및 기술의 해외이전으로 현지생산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같은 양국 정밀화학산업의 위상 및 구조상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경쟁력의 격차를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 정밀화학산업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보다도 세계최고수준의
기술경쟁력이다.

미국은 막대한 연구개발투자를 바탕으로 핵심부문인 원제.중간체,
신물질창출을 위한 기반기술에서 유럽의 다국적기업들과 더불어 세계최고의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범용 완제품 및 일부 원제의 제조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으나 고기능성 원제와 중간체의 합성기술 및 신물질창출능력은
매우 열위에 있다.

특히 의약의 경우 제제기술및 원료의 합성기술은 미국의 70~90%에
달하고 있지만 안전성 검정 등 신의약개발을 위한 기반기술은 50%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산업조직 및 사업구조의 측면에서 미국의 경우 종합화학기업의
성격을 지니는 다수의 대형기업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거대한 내수시장, 강력한 독점금지법 시행과 자유경쟁위주의
산업정책 등을 배경으로 다수의 대형기업이 병존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산업의 효율성을 동시에 향유하고 있다.

또 미국의 대형기업들은 종합화학기업의 성격을 지녀 화학산업내의
전후방 연관효과와 기술개발상의 시너지효과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부의 유치산업보호 국산화정책에 힘입어 생산기반을
다져 왔고 중소기업중심의 산업조직이 형성되어 경쟁력제고를 위한
기업체질이 취약하다.

그러나 80년대 후반이후 석유화학 섬유 비료 등 범용화학 생산업체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정밀화학진출이 본격화되고 종합화학기업화를
추구하고 있는 추세다.

이상의 분석이 시사하는 한국 정밀화학산업의 발전과제를 요약하면
첫째 산업조직의 효율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 구조개편을 통해 정밀화학업체의 규모확대 및
집약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종합화학기업화를 적극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기술개발중심체제로 기업경영을 혁신시켜 나가는 한편 업체간의
전략적 제휴 및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체제를 강화해 효율적 기술개발을
추구함으로써 중간체 및 신물질창출 등에서 자체 기술개발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장기적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제반 국제환경협약에 적극 대응해
환경관련 기술개발투자를 강화함과 동시에 환경기술의 상품화도 추구해
나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