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평판디스플레이 산업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기술인력을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관제로 지적됐다.

14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16차 신산업 민관협력회의에 참석한 업계
학계 정부대표들은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나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 패널) 등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 장치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시설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이를 위해 관련 부품.장비산업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정부는 평판디스플레이산업을 주력 육성산업으로 지정하고 내년까지
모두 5백21억원을 투자, 14인치 TFT-LCD및 핵심부품 장비를 개발키로
했다.

또 내년부터 2002년까지 부품 장비산업 육성 5개년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2001년까지 29인치 TFT-LCD와 55인치 PDP 개발을 위해
1천8백22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장에는 대우전자와 오리온전기가 공동개발한 21인치 PDPTV와
삼성전자가 개발한 22인치 TFT-LCD TV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 박재윤통상산업부장관 =평판디스플레이산업은 제2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커다란 성장잠재력을 갖춘 성장유망산업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아직 기술발전의 초기단계에 있어 선두 일본업체들에
대한 추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브라운관 등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개발경쟁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장입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평판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수요자들로부터 우리나라 LCD(액정표시장치)제품의 국내외
경쟁력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 최준근한국휴렛패커드사장 =휴렛패커드는 전세계에서 노트북PC
LCD모니터 계측기 등에 쓰이는 LCD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노트북PC용 LCD를 구입하고 있지요.

현재 LCD수요자 대부분은 한국을 일본에서 물량을 구입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하는 세컨드소싱의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소형LCD의 경우 화면밝기나 품질의 신뢰성 등에서 대만 일본에
뒤지고 있는 데다 역사가 짧아 대외 홍보도 아직 널리 되지 않은
탓입니다.

또 납기기간은 8주로 일본업체의 10~12주 보다 짧지만 디자인이나
서비스 등이 뒤지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은 일본제품에 비해 5~10%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내놓는
저가정책을 쓰고 있는데 거래가 일단 이루어지고 나면 이를 다시
올려받는 경우가 있어 수요자를 실망시키는 일도 있습니다.

현재 프린터나 팩시밀리용 소형LCD의 경우는 우리 제품이 가격이나
품질면에서 세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대만이나 중국
등 후발업체들의 도전이 최근 만만치 않아졌습니다.

<> 정창훈내외반도체사장 =최근 대만 K사에서 노트북PC에 국내업체가
생산한 LCD를 장착해 국내에 수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에 클레임이 걸렸어요.

직접 국내사에 항의했더니 그정도의 화면상태면 괜찮다며 애프터서비스를
거부하더군요.

결국 대만의 PC제조회사에 연락해서 그 회사를 통해 국내업체의 서비스를
받게 됐습니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편을 겪고 해외불량률도 높아진 셈입니다.

반도체 경기가 한창 나쁠 땐 LCD를 팔면서 D램을 끼워파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불공정거래 관행은 수요자업체를 더욱 불편하게 합니다.

<> 박장관 =국내 평판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해 정부도 나름의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재길통상산업부 무역정책심의관 =우리업체의 올해 LCD 생산액은
5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62% 급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가 생산한 제품들은 세계적 PC생산국인 대만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3개국에 거의 수출됩니다.

그러나 10.4인치 LCD를 기준으로 할 때 일본제품에 비해 5~10% 낮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품질이나 브랜드인지도가 크게 뒤지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대형화 위주 전략에 따라 한국산 소형제품 수요는 늘고 있지만
화질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자동차용이나 데스크탑PC용 수요가 앞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평판디스플레이 산업은 반도체 이상의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입니다.

<> 박장관 =우리 제품이 가격은 우위에 있으나 품질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얘기군요.

그럼 품질 향상의 바탕이 되는 기술얘기를 해보지요.

우리나라의 현재 평판디스플레이 기술수준과 낙후요인 그리고 제고방안
등을 말해주십시요.

<> 황기웅서울대전기공학과교수 =저는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PDP는 TFT-LCD와 달리 40인치 이상 60인치 까지의 제품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앞으로 PDP를 이용해서 HD(고화질)TV 등을 벽걸이타입으로 만들게
될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HDTV로 중계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후지츠를 비롯한 6개사에서 PDP를 이용한 벽걸이TV를 양산할 예정입니다.

내년 봄에는 42인치급도 양산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PDP기술이 경우 원천기술은 전무한 실정이고 생산기술도
4~5년은 뒤져있습니다.

그것은 장기적인 기술개발계획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기술을 주다간 반도체처럼 오히려 한국에 뒤질지도 모른다는
일본의 경계 때문에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2~3년 뒤면 본격적으로 PDP시장이 형성되리라고 예상되는데 이
분야에서 브라운관 만큼의 경쟁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등 더욱 연구개발에 힘써야 합니다.

다행히 아직 일본도 PDP기술을 마스터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G-7 거점연구센터 등을 통해 집중적인 노력과 투자를 한다면 앞날은
밝습니다.

<> 장진경희대물리학과교수 =LCD기술은 PDP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개발돼 일본에서 꽃피웠습니다.

현재 미국은 국방성을 통해 약 1억달러 정도의 기술개발투자를
정부차원에서 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LCD생산국 일본은 생산기술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좁은 광시야각을 개선하는 등 많은 성과를 보고 있습니다.

대만도 최근 14인치 TFT-LCD개발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유일하게 필립스사만 LCD 개발경쟁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한국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난 91년부터 매년 수백억원씩 투자가
이루어져 현재 LCD모듈 생산능력은 세계 2위 수준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혀나가기 위해서는 학교에
연구센터를 육성하고 50개 품목별로 10억원 정도씩 투자, 주변사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또 현재 통산부가 30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한미간 국제 공동연구도
대폭 증대해야 합니다.

<> 박선우서울시립대제어계측공학과교수 =저는 장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LD장비는 일본업체들에 거의 밀려버린 반도체 장비와는 약간 다릅니다.

우선 반도체 등 기초기반기술을 갖고 있으며 정부나 기관의 인식도
처음 반도체산업이 싹트던 때와는 전혀 다릅니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죠.

특히 반도체장비는 지속적인 "집약화"경향으로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가
따라가기 버거운 분야지만 LCD 등은 "대형화"추세에 있기 때문에 보다
수월한 의미가 있습니다.

장비기술을 개발하려면 우선 모듈제조사가 보다 개방화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공업기반기술 자금지원작업 중기거점지원 등 정부의 지원책에
"공정평가비"를 신설할 것을 제안합니다.

기술보안 등도 좋지만 중소 제조업체들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감성공학 등을 접목한 장비의 디자인화도 필요합니다.

"산업디자인비"도 공업기반기술 자금지원에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LCD나 반도체장비를 개발하는 회사는 대부분 기술인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서 "병역특례"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빌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장비기술이 전혀 없기 때문에 대일 장비수입의존도를
탈피하려고 너무 미국쪽에 의존해 일본의 반감을 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 박장관 =전계방출 디스플레이(FED)는 어떻습니까.

<> 엄길용오리온전기사장 =FED도 연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PDP는 금세기말 FED는 다음세기 초에 양산한다는 방침이지요.

<> 장교수 =LCD는 30인치 이하 소형화면에 PDP는 30인치 이상 대형화면에
적합하지요.

그리고 FED는 2~3인치 이하 초소형에 맞습니다.

초저온이나 초고온에서도 내구성이 뛰어나 가격만 낮아지면 LCD와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G7과제로 FED도 함께 추진하다가 포기한 일이 있습니다.

현재 오리온전기 삼성전관 등에서 연구개발을 하고 있고 서울대
등 10개대학에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늦어도 내후년께 부터는 국책사업으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영기통상산업부 기술품질국장 =현재 우리업체들의 기술수준은
TFT-LCD의 경우 일본의 60% 선입니다.

시제품 개발기술은 거의 동등한 수준이지만 기초기술이나 장비의
경우는 10%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PDP의 저전압구동기술을 비롯한 핵심기술의 확보가 미흡합니다.

특히 상용화된 공정기술 등 제품양산에 있어서의 기술격차가 크지요.

전후방 연관산업의 미비도 문제입니다.

주요 부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생산된 제품은 국내 생산품에
채택되기 보다는 모듈 형식으로 거의 수출하고 있습니다.

과감한 투자와 전문인력의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말입니다.

<> 박장관 =평판디스플레이 업계의 비젼과 추진방안도 있겠지만
애로사항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 이상완삼성전자상무 =삼성전자는 TFT-LCD중심으로 평판디스플레이
사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과감한 투자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기술을 확보해 21세기 세계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TFT-LCD로 일본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요업체로 대형 PC메이커
확보가 급선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면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TFT-LCD는 제품의 특성상 규격화된 제품의 대규모 양산이 어려운
주문형 생산방식이기 때문에 고객밀착형 제품개발과 서비스향상이
필수적이지요.

업계간 공동협력도 보다 강화해나갈 예정입니다.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도 있습니다.

TFT-LCD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타이밍이 생명인 산업입니다.

시장에 적기에 진입할 수 있도록 수도권 공장건설이 가능했으면
좋겠고 전력과 용수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해주십시요.

1개 라인을 증설하는데 수천억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자금조달 규정도 보다 융통성있게 고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품관련산업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 엄사장 =PDP는 대형화가 용이해서 앞으로 HDTV나 와이드TV 등에
널리 채택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리온전기는 일본에서 기술제공을 꺼리는 바람에 러시아 국방산업위원회
산하의 회사와 손잡고 PDP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투자비는 50대 50으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자금사정 악화로 최근 개발이 약간 늦어지고 있기는
합니다.

정부에 대한 바램이 있다면 무엇보다 값싼 자금을 빌려쓰고 싶습니다.

중소업체 병역특례 등도 더욱 확충해 주셔야 합니다.

또 가시적으로 그 효과가 드러나는 응용기술연구에 더욱 힘써 줬으면
하는 겁니다.

<> 박장관 =평판디스플레이는 세계수준의 반도체 브라운관 기술을
바탕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산부는 이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기술개발을 강력히 뒷받침할
것입니다.

특히 전문기술인력 양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97년부터
5개분야에 걸쳐 "거점연구센터"를 설치하고 부품장비육성 5개년계획을
내년 6월부터 수립 추진토록 하겠습니다.

기업은 앞서고 정부는 밀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술력에 바탕한 경쟁력과 함께 또다른 산업의 주체인 근로자들도
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정리=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