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근 < 서울대 경영대교수 >

마스트로토그룹(MG)은 이탈리아의 대표적 피혁업체이며, 조광피혁은
한국 피혁산업의 중견기업이다.

두기업 모두 원피를 가공하여 가죽원단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구성도 유사하여 우리업계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 피혁업체의 경쟁력 원천을 비교 분석하는데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두기업의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수준, 원가수준의 측면에서 비교될
수 있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MG는 조광피혁에 비하여 우위에 있다.

원가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경쟁력의 차이는 경영성과에 잘 반영돼 MG의 총자산이익률과
매출액이익률은 조광피혁에 비해 각기 45%와 67%정도 높다.

종업원 1인당 생산량과 매출액도 각각 2배이상이다.

이와같은 MG와 조광피혁의 경쟁력차이를 발생시키는 원인은 시장구조적
특성, 기업구조적 특성, 경영관리적 특성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두기업이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원재료시장과 제품시장은 상이하다.

MG는 원피를 품질은 다소 떨어지나 가격이 저렴한 동유럽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조광피혁은 가격이 비싼 미국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면 MG의 판매시장은 고급 패션의류와 신발제조업체인데 반하여
조광피혁의 해외 판매시장은 중국과 동남아지역의 신발제조업체이며
내수시장은 핸드백용과 자동차시트용 제품시장이다.

MG가 품질경쟁을 하고 있는데 비해 조광피혁은 가격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MG와 조광피혁은 규모와 범위 다양성 기술과 같은 구조적 특성면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 기업은 원피처리량으로 볼 때 큰 차이가 없으나 MG의 각 공장은
조광피혁보다 작으나 전문화되어 있어 기술축적이 용이하며 수요업체의
요구에 상응하여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생산기술수준 면에서 MG는 조광피혁에 비해 한발 앞서 있는데 이는
오랜 피혁생산 경험과 관련산업의 높은 기술수준에 기인한다.

MG는 정기적인 원피 공급업자들과 회의를 통하여, 그리고 피혁약품을
공급하는 화학회사들과의 세미나를 통하여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서로
나누는 등 기술개발을 위해 관련업체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MG는 마스트로토씨 일가에 의해 경영되고 있는 가족적 소유경영체제
이며 이들 일가는 가죽원단 생산에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조광피혁은 국내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전문경영체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종업원의 평균재직기간이 7년으로 비교적 높은 편일지라도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장인정신은 부족하다.

반면에 MG 종업원의 평균재직기간은 20년으로 이들은 오랜 경험을 통하여
제품에 대한 패션감각을 터득하고 있다.

조광피혁은 품질개선을 위하여 약품의 선택이나 고급설비의 도입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나 종업원 개개인 수준에서의 품질개선노력은
부족하다.

조광피혁이 세계적인 피혁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첫째 공급업체와
수요업체들과 밀접한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공급업체로부터는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을 위한 협조를 얻어야 하며 수요업체의 요구를
앞서서 파악하여 신제품을 개발하고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다양한 고객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제품을 다양화시키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제품구성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셋째 연구개발팀과 현장 작업자가 함께 품질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현장 작업자의 품질인식과 품질개선노력을 제고하도록 전사적
품질관리를 강화하여야 한다.

넷째 원가관리시스템의 정비를 통하여 원가절감과 경영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다섯째 산업내의 기업들이 각기 경영개선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나,
기초적이고 공통적인 기술과 경영의 문제는 업계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피혁업계 내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