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대륙을 뒤덮고 있는 두꺼운 빙원 아래 감춰진 민물호수에 과학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빙원 밑 호수로는 세계최대 규모이며 원시 미생물이 다량 서식,
신물질개발의 실마리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네이처지
최근호는 전하고 있다.

남극대륙 동부지역의 4km 두께 얼음층 아랫부분에 있는 이 호수의
이름은보스토크호.

바로 윗부분에 위치한 러시아 보스토크기지의 이름을 땄다.

이 호수는 지난 74년~75년 빙원두께를 알아보기 위한 전파탐사중 처음
발견됐는데 영국 스코트 폴라 인스티튜트의 고든 로빈박사팀(캠브리지대)이
"ERS-1"위성으로부터 얻은 최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표면적이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50%나 더 넓은 것으로 밝혀진 것.

즉 폭 2백km, 표면적 1만4천평방킬로미터로 북미지역 온타리오호의
크기와 맞먹어 지금까지 알려진 빙원 아래의 호수로는 세계최대규모란
것이다.

이 팀은 또 호수에 저장된 물이 산성끼를 띈 맑은 민물이며 최고
깊은 곳은 5백m, 평균수심은 1백25m란 사실도 새로 알아냈다.

수온은 섭씨 0도를 밑돌고 있지만 지구중심부로 부터 전해오는 열에
의해 얼어붙지 않은 채 액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영양분이 전혀 없어 생물이 살지 못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는
달리 1백만년이상 외부환경으로부터 완전 격리된 원시박테리아등
독특한 생태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호수 위 얼음층을 분석한 결과 3천년전의 이스트, 3만8천년전의
곰팡이, 11만년전의 조류등이 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팀의 와인 윌리엄스박사는 "이 호수에는 지역적으로는 물론 외부
환경변화에도 전혀 영향받지 않고 50만년이상 독특한 생태를 유지해온
미생물이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생물 유전자 풀"로서의
생물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 호수는 누가 뭐래도 연구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각종 효소,
항생제등 현대 의학, 산업등에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는 신물질들이
쏟아져 나올수 있을 것이라고 윌리엄스박사는 강조하고 있다.

이 팀은 이미 빙원 밑 호수의 신비를 벗기기 위해 조심스레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호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얼음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난제가
이들을 가로막고 있다.

3년전 국제공동연구팀이 지구기후변화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호수
위 빙원를 채취했을 때도 호수표면에 이를 때까지는 구멍을 뚫지
못했었다.

섣불리 달려들었다가는 이제까지 호수속에 고스란히 보전되어 왔던
원시환경이 급속히 파괴돼 초보적인 연구조차 수행할수 없게 된다는우려에서
였다.

이 팀은 따라서 얼음구멍을 뚫을 때 생기는 물이 호수에 들어가지
않도록하기 위해 호수표면 위 25m지점 아래로 천공작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스토크기지는 현재 호수표면 위 2백50m지점까지 얼음구멍을 파놓은
상태이다.

윌리엄스박사는 "이 호수의 물과 퇴적물 시료채집은 결코 서둘러서는
안될것"이라며 "호수생태를 원형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천공기법이
개발되기까지는 위성관측자료및 얼음층분석등 주변연구에 힘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박사는 그러나 "엔지니어링기법 발달로 오염우려가 해소돼
호수의 물과 퇴적물에 대한 연구활동이 본격화되면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특이한 미생물발견은 물론 이들을 이용한 신물질 개발연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