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백화점들의 전례없는 매출부진" "지방백화점들의 이례적인 세일행사"
"유통업계의 치열한 인력스카우트전".

국내유통업계에서는 전에 볼수 없었던 사건들이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유통시장이 개방된지 불과 5개월만에 생겨나는 일들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치기에는 뭔가 심상치 않다.

국내 최대백화점인 롯데백화점은 이달들어 이틀밖에 쉬지 못했다.

공식휴무일은 매주 월요일.

정상적으로 영업할 경우 5월중 4일동안 문을 닫아야 했지만 실제로는
두차례(13일, 27일)만 쉬었다.

회사측은 휴무일 단축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5월 6일(월)은 "어린이날"다음날이었으며 20일(월)은 "성년의날"이었다는
얘기다.

"특별"한 날에 백화점 문을 닫는다는 것은 고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예상보다 부진한 매출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위한 안간힘이라는게
회사안팎의 지적이다.

롯데 본점은 올들어 4월까지 3천1백6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보다
9.4% 늘어나는데 그쳤다.

예년의 20%이상 증가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물론 매출이 부진한 곳이 롯데만은 아니다.

신세계 뉴코아 미도파등 서울지역의 대부분 백화점들이 올들어 10%이하의
저성장에 머물고있다.

매년 20~30%의 고속성장을 지속해온 백화점들로는 바짝 긴장할만한
사건이다.

희망백화점 인천백화점 시티백화점 현대부평점등 인천지역 백화점들이
5월 바겐세일에 들어간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희망백화점 인천백화점 뉴코아구월점이 지난달 24일부터 1일까지,
동아시티 로얄 현대부평점이 지난달 31일부터 9일까지 임시세일을 각각
실시한다.

백화점 바겐세일은 일반적으로 계절상품판매를 마무리한다는 뜻에서
매년 4월(봄) 7월(여름) 10월(가을) 1월(겨울)등 네차례 열려왔다.

여름상품판매가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5월말 바겐세일을 실시한다는
것은 제값에 팔수있는 제품을 헐값에 판매, 결국 제살깎아먹기의 역효과만
낳게 된다.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탓이다.

인천지역 백화점들은 최근 이지역에 몰려들고있는 국내외 유통업체들로
몸살을 앓고있다.

네덜란드계 유통업체인 마크로가 인천 송림동에 매장면적 4천평규모의
회원제창고형매장을 개설했다.

신세계의 E마트와 뉴코아의 킴스클럽은 지난해부터 본격 진출, 인천지역에
가격파괴바람이 거세지고있다.

다음달 부천에 매장을 내는 프랑스 할인업체 까르푸 역시 인천상권을
넘보고있다.

인천 희망 안양본 로얄등 이지역 백화점들이 최근 경인지역유통협의회를
구성, 공동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고있으나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있는
형편이다.

공동구매 공동PB(자체상표)개발등을 추진하고있으나 어려움은 여전하다.

시티백화점의 경우 올들어 4월까지 5백3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 감소했다.

희망백화점은 4백20여억원으로 작년동기대비 2% 늘어나는데 그쳤다.

신세계 LG백화점 삼성물산등의 경력사원채용에 기존 유통업체인력이
몰려들면서 엄청난 경쟁률을 보이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실시한 경력사원채용에는 2백명 모집에 4천여명이
몰려들었으며 LG백화점에는 60명모집에 1천3백여명, 삼성물산에는 1백명
모집에 3천여명이 응시했다.

이때문에 기존 유통업체들은 자사직원중 누가 이들회사에 지원했는지를
파악하느라 한차례 소동을 겪어야했다.

어떤 회사에서는 2백~3백명의 직원이 대거 응시, 인사담당자들이
골머리를 앓아야했다.

유통시장개방이후 대기업들이 잇따라 유통업에 뛰어들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외국유통업체들의 국내진출이 활발해지고 국내대기업들의 신규참여가
잇따를 경우 한정된 유통인력에 대한 스카우트전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얘기다.

직원이탈을 막기 위해 투입해야할 유무형의 각종 비용이 만만치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