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 오스틴에 반도체공장을 착공한 것은 크게 두가지를 겨냥
하고 있다.

하나는 이미 미국시장에 진출해 있는 후지쓰 NEC 도시바등 일본
경쟁업체에 대한 대응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현지시장에 맞는 제품을 제때에 생산, 공급함으로써 컴팩 델사등 반도체
수요처에 대한 "고객밀착지원체제"를 수립하겠다는 것.

미국은 국내 반도체업계 수출액의 40%를 점하는 최대 규모 시장이다.

더구나 미국의 대형 컴퓨터업체들은 원활한 제품생산을 위해 핵심부품인
D램 등 반도체의 현지 조달을 늘려 나가고 있는 추세여서 이같은 현지생산
체제는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또하나는 후발업체인 대만업체들의 추격을 효과적으로 뿌리칠 수
있는 ''비교우위전략''을 들수 있다.

TI에이서 TSMC등 대만반도체업계는 지난해부터 정부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이 이같은 ''전략''을 수행할 미국내 생산기지로 텍사스주 오스틴을
선정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스틴시는 "실리콘 힐(hill)"이라는 애칭이 붙어있을 만큼 첨단과학분야
의 연구인력과 기업이 몰려 있는 곳이다.

미국 서부의 "실리콘 밸리", 오레곤주를 중심으로 한 동북부의 "실리콘
포리스트(forest)"와 함께 미국내 3대 첨단산업기지로 꼽힌다.

게다가 미국 반도체연구조합인 SEMATECH가 인접해 있고 IBM 3M 컴팩등
대형거래선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우수한 연구인력을 손쉽게 공급받을 수 있고 생산된 제품을 현지업체에
직접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춘 셈이다.

더욱이 오스틴시 당국은 최근 주력산업을 컴퓨터 등 첨단산업으로 전환
하면서 삼성전자를 위해 토지 건물 등 고정자산에 대한 재산세를 최고 55%
까지 10년간 면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정도로 ''지원''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번 D램공장 착공으로 8인치 웨이퍼를 가공할 수 있는 라인을
모두 5개 보유하게 됐다.

이 라인이 완공되면 삼성의 8인치 웨이퍼 가공능력은 월 13만장으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게 된다.

4메가 16메가에 이어 64메가D램에서도 세계 1위를 겨냥하고 있는
삼성전자.

"3세대 연속 석권"이라는 세계반도체사상 초유의 신화를 이루고자 하는
삼성의 성패여부는 성공적인 현지화에 달려 있다고 봐도 틀림없다.

[오스틴(미국=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