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삼성이 개인휴대통신(PCS)사업에서 제휴키로 한것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일단 "자기손에서" 버림으로써 PCS사업권을 얻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대와 삼성은 이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정보통신부가 신규통신사업자
허가방법을 바꾼직후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던 상황을 단숨에 반전
시키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와 삼성은 정통부의 허가방법 변경으로 "빅4"중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된 것으로 분석됐다.

새로 추가된 도덕성과 기업확장등의 심사기준이 LG나 대우보다는 "현대와
삼성을 겨냥한 것"이란 말까지 나돌았었다.

특히 이석채정통부장관이 "빅4의 대연합"에 대한 회의론을 내비치자
LG그룹이 단독진출의사를 강하게 나타내면서 "선두주자"로 부상하는
듯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로가 절박한 상황에 몰리면서 큰이익(사업권확보)를 위해 작은
이익(주도권)을 버리는 방법에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양 그룹이 기존에 가져왔던 관계는 그다지 문제가 안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필 삼성과 현대가 손잡게 됐느냐는 점에 대해 남궁사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해 양 그룹이 가장 먼저 의견일치를 본 결과일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휴로 현대-삼성연합이 PCS 사업권 획득경쟁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는게 업계주변의 의견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제휴방법론이 정통부의 허가방법
변경의 뜻을 가장 잘 살렸다는 평가를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석채장관은 사업자허가방법 변경과 관련, "경제력 집중억제와 장비산업
육성"을 유난히 강조해 왔다.

현대와 삼성의 이번 제휴방안이 정책의지와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제휴해 만드는 회사를 양 그룹과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은 경제력집중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수단이며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김으로써 통신
사업의 공익성을 살릴수 있는 방안이란 것이다.

또 통신장비제조업 분야에서는 상호 보완적인 입장에서 경쟁하겠다는 전략
도 통신장비산업육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더 얻을수 있는 대목으로
꼽힌다.

양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풍부한 재력도 유리한 요소로 지적된다.

남궁사장은 "현대나 삼성 모두 세계무대에서 1등을 해본 경험이 있고
반도체등으로 풍부한 자체재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반드시 국제경쟁력을
갖춘 통신사업자로 성장시킬수 있다고 말했다.

"칼자루"를 쥔 정통부도 양사의 제휴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분위기여서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모습이다.

정통부 관계자들은 "여러 업체가 경쟁중인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 말도
할수 없다"며 함구로 일관.

이석채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양사 대표단을 만났으나 의중을
내비치는 말은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이 각자 안고 있는 약점을 이번 연합으로 얼마나 커버할수
있느냐는 점이다.

도덕성이나 업종다각화등의 감점요인을 제휴카드를 내밀어 몇점이나 만회
하느냐가 LG나 대우등과 벌일 선정경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건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