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총사령탑에 오른 정몽구회장(58)은 정주영명예회장의 2남으로
맏형 몽필씨가 작고한 이후 집안에서 장자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일찍부터 그가 현대그룹의 대권을 승계할 것으로 보고
정회장이 관장하는 정공 자동차써비스 인천제철 현대산업개발 현대강관
현대기술개발 등 소위 MK(몽구의 영문이니셜)그룹의 행보를 주목해 왔다.

하지만 정회장이 처음부터 현대그룹의 차기총수로 낙점받은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회장은 지난 77년 현대정공을 설립할 때만해도 부친인 정명예회장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반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다.

그러다 현대정공의 주력품인 컨테이너가 세계시장의 3분의1을 독식할만큼
성공하자 뒤늦게 부친으로부터 사업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정회장은 특히 성품면에서도 불도저같은 추진력과 보스기질을 갖추는 등
부친을 꼭 빼닮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뤄야하고 무서울정도로 끝기와 집념이 대단한
성격이라는 것.

최근 수년간 MK그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공격적 경영도 그의 이런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그룹내외에서 반대의견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정공이 미니밴
(샤리오)사업에 뛰어든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자동차써비스는 지난 93년 석유판매업에 신규참여한데 이어 현대자동차
의 판매영역인 서울과 경기북부지역에도 영업망을 설치해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축했다.

요즘은 현대강관이 제2의 포철을 꿈꾸며 일관제철소 건립을 추진중이어서
이번에도 정회장 특유의 뚝심이 통할수 있을지가 주목받고 있다.

67년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한 정회장은 부인 이정화씨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두고 있으며 이중 장남 의선(26)씨가 정도원 강원산업부회장의
장녀 지선씨(23)씨와 결혼, 양가에 혼맥을 맺었다.

운동에도 관심이 많아 지난 85년 양궁협회를 맡아 한국양궁을 세계대회의
금메달 박스로 만드는데 기여했으며 현재 아시아양궁연맹회장과 세계양궁
연맹부회장을 맡고 있다.

<임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