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명예회장의 2남이자 사실상 장남인 정몽구현대정공회장이 그룹회장을
승계함으로써 현대그룹의 경영구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우선 꼽아볼 수 있는 변화는 그룹의 결속력 강화.

정주영명예회장의 직계인 정몽구정공회장이 그룹회장에 올라서고 정몽헌
전자회장이 부회장에 선임된 만큼 정세영 전회장시절 구축한 틀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명예회장도 몽구 회장과 몽헌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결속을 무엇
보다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그룹관계자들 역시 "확고한 2세체제 구축을 위해 정몽구회장의 형제들
이 보다 적극적으로 그룹의 결속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세영회장시절 아무런 잡음이 없었듯이 신임회장체제도 순조롭게 출범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물론 여기에는 형제간 분할경영체제의 유지가 전제돼 있다.

정세영 전회장시절부터 형제간 역할분담이 이루어졌는데 2세로 ''대권''이
넘어간 마당에 그 구도에 무슨 변화가 있겠느냐고 현대그룹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현대는 그동안도 몽구씨가 현대정공 현대강관 인천제철 현대산업개발을
관장하고 몽근씨는 현대알루미늄, 몽헌씨는 현대전자 엘리베이터 정보기술,
몽준씨는 중공업 미포조선등을 맡는 식으로 분할경영을 해왔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 몽근씨와 7남 몽윤씨는 아예 그룹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금강산업개발과 현대해상화재등을 이끌고 있다.

형제간 분할 경영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은 정세영 전회장의 외아들
몽규씨와 작고한 신영씨의 아들 몽혁씨를 자동차회장과 현대정유및 석유
화학사장으로 선임해 4촌형제들에게까지 일정한 롤을 주었다는 점에서도
잘 알수 있다.

따라서 정몽구회장을 축으로 일사분란한 경영지휘체계를 구축하되 형제들이
각자에게 분담된 계열사를 관장하며 회장을 보좌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재계
는 전망하고 있다.

형제간 분할경영에 따라 건설 종합상사 증권등 지분면에서 소속이 불분명한
계열사들도 당장은 그룹회장의 직할체제로 하되 멀지않아 교통정리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몽헌그룹부회장이 건설회장을 겸직하게 된데 재계는 주목
한다.

형제간 분할경영과 함께 전문경영인들의 역할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춘림회장등 그룹원로들을 고문으로 위촐해 일선에서 후퇴시키고 대신
부사장으로 사장으로 대거 승진시킨 것도 2세 회장에 맞는 전문경영인체제를
구축키 위한 포석이라고 현대는 설명한다.

<이희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