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출금을 중도상환할 경우와 당좌대출을 한도만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안팎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내부적으론 신한은행을 포함한 7대 시중은행이 공동안을 만들려고 하자
국민 하나 보람등 다른 시중은행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외부적으론 조기상환수수료부과에 대해 고객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데다 은행들이 담합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어려움으로 인해 7대 시중은행은 22일 간사은행인 외환은행에서
갖기로 한 7대 시중은행 여신담당 실무자회의를 황급히 취소했다.

물론 은행들은 애초에 공동안을 만들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씨티은행의 조기상환수수료부과가 약관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리면서 은행들에 "과도한 수수료를 받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이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 확대 해석됐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간사은행인 외환은행관계자는 "지난 14일 여신실무자들이 모여 수수료부과
방안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나 공정위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자리였지
공동안을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객들과 다른 관계자들은 이런 해명을 인정할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기상환 수수료부과에 대해 고객들의 반발이 워낙 크다보니 은행별로
수수료를 부과하기가 부담스러워 공동안을 만들려고 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은행들은 대출금을 조기상환할 경우 대출잔액의 0.5-1.0%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또 당좌대출한도를 설정해 놓고 사용하지 않는 금액에 대해선 0.5-1.0%의
미사용수수료로 받기로 의견을 모았다.

은행들은 이 범위내에서 은행별로 수수료율을 정하되 담합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은행별로 차이를 둬 시행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모임이 외부에 알려지자 20일과 22일 갖기로한 실무자회의를
긴급히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문제는 은행들의 떳떳치 못한 태도다.

한 관계자는 "예금을 조기에 해지하면 중도해지수수료를 받듯이 대출금도
조기에 상환하면 수수료를 받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하며 외국에서도
일반화된 관행"이라며 "은행들이 수지호전을 위해 일시에 가계대출에까지
수수료를 부과하려다보니 담합의혹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논리적으로 합당하다면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도입하든지
고객들을 설득해가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관계자도 "조기상환수수료가 고객들의 정서에 맞지 않아
되도록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낸건 사실"이라며
"은행들이 이를 확대 해석, 공동안을 만들어 시행하면 이는 명백한 담합
행위로 조사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3일자).